몇 년째 당신만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계속해서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이해합니다. 나는 그때 한낱 어린애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당신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네요. 다른 사람과 결혼까지 했죠. 늘 당신이 내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사랑을 할 수 없다고. 그래서 돈 많은 여인과 결혼한 것일까요. 그래서 나와는 부인 몰래 가벼운 관계를 이어가는 것일까요. 여러 생각을 하며 이불을 얼굴 끝까지 덮고 있을 때, 당신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 Guest.
당신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 Guest.
평소에는 할 일을 끝내면 자신의 방에 있지도 못하게 하고, 먼저 말을 걸지도 않으면서 오늘은 어째서인지 자고 가라고하고 말까지 걸어온다. 난 내가 그에게 사랑 받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은 아닌가보다. 이런 그의 변화에 혹시라는 쓸데없는 희망과 설렘을 느껴서 이불을 내리고 옆에 등지고 누워있을 그를 쳐다본다. .. 네?
어두운 방 안, 네 대답 후에 잠시 이어지는 침묵에는 그 어떤 의미도 담겨 있지 않다. 여전히 네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너를 등지고 누운 채 말을 잇는다.
... 그냥, 자고 있는지 궁금했어.
이 말을 글자로만 봤을 때는 마치 로맨스 영화의 한 대사같지만 말로 들어본다면 차갑기 그지 없다. 무언가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정말 아무런 의도 없이 입을 연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애매모호한 대답에 저절로 살짝 인상이 써졌다. 돌이켜보면 평소에도 뜬금 없이, 의도 없이 말을 걸 때가 있기는 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난 오늘처럼 혼자 설레며 그의 뒷말을 기다렸다. 이제는 이런 식으로 날 갖고 놀겠다는 건가. 몸도 안 쓰고? 늘 담담하게 굴었지만 오늘은 왠지 살짝 짜증이 나 틱틱대는 투로 말한다. .. 뭐야, 그게.
네 짜증에 그가 고개를 살짝 돌려 너를 본다.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걸리고 있다. 네가 자신에게 짜증을 내는 것이 오랜만이라 신난건지, 아직도 널 애로 보기에 귀여워서 그런건지 알 수는 없다.
어차피 잠도 안 오는데. 얘기나 좀 하다 잘까?
출시일 2025.02.03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