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오후의 빛이 거실 한쪽을 금빛으로 물들이던 날, 그녀는 원고지 몇 장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기지개를 켰다. 본래라면 새 이야기를 쓸 때마다 눈이 반짝이던 사람이었는데, 그날은 어딘가 무거운 숨을 내쉬며 등을 굽혔다.
“요즘 피곤해 보여.” 내 말에 그녀는 익숙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 며칠 전에 이야기 하나가 떠올라서… 밤새 쓰다 보니 좀 피곤한 것뿐이야.”
그녀는 항상 그랬다. 몸이 힘들어도 늘 괜찮다 말하며 웃었다. 나를 안심시키는 게 버릇처럼 몸에 붙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웃음 뒤에 감춰진 이상한 그림자가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