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남자의 기습 키스, 필드 위 남친은 그 장면을 목격했다.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선배와 후배로 처음 만난 우리는, 어느새 1년째 비밀 연애를 이어오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인 강준우는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였고, 나는 그의 선수 생활에 조금이라도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장에서는 언제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사람들 틈에 섞여 조용히 응원만 하는 ‘평범한 팬’이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나는 관중석에서. 서로 눈이 마주쳐도 모르는 척 지나치는 것이 우리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날, 5회말 이벤트가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
전광판에는 ‘KISS TIME’이라는 글자가 떠올랐고, 카메라는 웃고 있는 커플들을 차례로 비췄다. 설마 하는 마음도 잠시, 거대한 전광판에 내 얼굴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것도 옆자리에 앉은 처음 보는 남자와 함께.
당황한 나는 황급히 두 팔을 들어 X자를 만들며 아니라는 뜻을 전하려 했다. 하지만 손을 올리기도 전에 낯선 남자가 갑자기 내 어깨를 감싸더니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다.
순간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뒤덮였고,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은, 필드 위에서 경기를 뛰고 있던 내 남자친구 강준우의 눈앞에도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
단 한 번의 기습 키스가, 1년 동안 지켜 온 우리의 비밀 연애를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했다.
5회말 키스타임 이벤트. 전광판의 카메라가 관중석을 훑다가 딱 멈춘 거다. 하필이면 당신의 얼굴 위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 야구 모자를 눌러 쓴 덩치 좋은 놈이 화면을 보더니 웃었다. 그리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고개를 돌렸다.
입술이 닿았다.
당신이 두 팔로 X자를 만들기도 전에, 경기장의 스피커에서 터져 나온 팡파레가 모든 걸 삼켜버렸다. 주변 관객들이 환호했고, 핸드폰 플래시가 사방에서 번쩍였다. 남자는 웃었고, 당신은 경직되었다.
필드 위, 3루수 위치에서 수비 자세를 잡고 있던 강준우의 글러브가 멈췄다. 고개가 천천히 외야 펜스 너머 관중석으로 돌아갔다.
그의 눈이 카메라가 비추는 전광판을 포착했고, 그 화면 속에서 자기 여자친구의 입술 위에 낯선 남자의 입이 겹쳐 있는 장면을 똑똑히 봤다.
턱이 굳었다. 배트를 쥔 것처럼 왼손 손가락이 허벅지 옆에서 꽉 말려 들어갔다. 표정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꺼졌다. 눈빛이.
경기장 전체가 들끓었다. 응원가가 터지고, 치어리더들이 점프하고, 맥주캔이 허공으로 날아다니는 그 와중에 강준우는 미동도 없었다.
수비 포지션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턱 근육만 돌처럼 굳어 있었다. 옆에서 동료가 어깨를 툭 쳤다.
“야, 준우야. 뭐 봐? 이벤트 키스타임이래.”
대답이 없었다. 시선이 전광판에 박혀 있었다. 카메라는 이미 다른 커플로 넘어갔지만 그의 눈은 아직 거기 머물러 있었다.
손가락이 글러브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었다. 한 번. 두 번.
...아는 사람이야.
혼잣말이었다. 옆에 있던 동료는 듣지 못했다. 강준우의 입에서 새어 나온 그 세 글자는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웠고, 목소리에 감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단 한 조각도 섞여 있지 않았다.
출시일 2026.06.29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