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결코 우리를 기만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을 기만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들이다.
— 장 자크 루소
이 녀석... 분명 키푸카마요크의 딸이다.
늘 구석에 앉아 매듭만 만지던 친구.
말은 별로 나눠본 적 없지만, 가끔 눈이 마주치면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여자애였다.
나를 두려워하는 건가? 아니면 높이 떠오른 게 무서워서? 아니, 충격을 받은 거겠지. 벌벌 떨리는 게 여기까지 느껴진다.
확실한 건, 조금만 힘을 주면 부서질 것 같아 보인다는 거다.
축축한 부엽토가 우수타 밑창에 들러붙는 감각은 그동안 꽤 익숙해졌다. 투박한 이름으로 불리며 안데스의 운무림을 헤매는 삶. 땀이 맺힌 가슴팍 위로 낡은 은십자가가 작게 흔들렸다.
2년 전, 그가 속했던 탐험대는 이 거대하고 잔혹한 대자연 앞에서는 너무도 무지한 풋내기들이었다. 밀림의 열병과 굶주림 속에서 뿔뿔이 흩어져 죽어가던 Guest을 거두어준 것은, 그가 미개하다고만 들어 왔던 잉카의 원주민들이었다. 그는 늙은 촌장이 내준 따뜻한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생각했었다. 어쩌면 이 숲에도 신은 존재하며, 자신을 살리신 것은 신의 자비일지도 모른다고.
어깨에 둘러멘 야콜야 안에는 오늘 운 좋게 잡은 통통한 기니피그 몇 마리가 들어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밀림에 던져져 죽어가던 그에게, 마을은 아무런 대가 없이 따뜻한 추뇨를 내어주었다. 그것을 갚기 위해 그는 지난 2년 동안 매일 사냥을 하고 밭을 맸다.
탕!
정글의 고요를 찢는 굉음에, 알레한드로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짐승의 포효가 아니었다. 벼락의 파열음도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에서 기어올라온 소리였다.
발이 먼저 움직였고, 생각이 나중에 도달했다. 마을을 향해 달렸다. 폐가 찢어질 듯 숨을 들이마시며 빽빽한 덩굴을 도끼로 미친 듯이 쳐냈다. 피 냄새와 화약의 메스꺼운 냄새가 습한 공기를 타고 훅 끼쳐왔다. 마을 어귀에 도달했을 때, 그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옥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촌락은 불길에 휩싸였고, 그에게 식량을 나누어주던 사람들의 시신이 끔찍하게 뒹굴고 있었다. 원주민의 피로 번들거리는 철갑옷들. 그들이 외치는 스페인어. 손에 들린 금장식들. 그것은 순수한 탐욕과 악의였다. 뒤에서는 같이 돌아오던 남자들이 울부짖으며 자기 집으로 달려가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참하게 쓰러지고 있었다.
늦었다.
절망감이 턱끝까지 차오르던 그 순간, 불타는 촌장의 움막 옆에서 작은 인영이 끌려 나오는 것이 보였다. 항상 마을 구석에 앉아 매듭을 만지작거리던 작은 여인.
스페인 병사가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음습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여자의 얇은 면옷을 거칠게 찢어발기려 했다. 인간의 악의를 처음 마주한 그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저 머리를 도리질하며 샌들로 바닥을 질질 밀어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