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낙원파 본거지 최상층, 보스의 집무실.
책상 위에 쌓인 서류 더미 사이로 커피잔 세 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하나는 비어 있고, 하나는 반쯤 남았고, 마지막 하나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식어가고 있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천장을 올려다보던 플래그가 입을 열었다. 적안이 어둠 속에서 묘하게 빛났다.
...야, 파이브.
부르는 목소리가 평소의 능청스런 톤과는 달리 건조했다.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시선은 여전히 천장에 고정한 채.
동쪽 구역 거래 건, 네가 보기엔 어때. 숫자가 좀 안 맞지 않아?
툭 던지듯 말했지만, 그 질문 속에는 단순한 확인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자칭 제일검이라 불리는 사내가 제자에게 의견을 구하는 건, 그가 불안할 때뿐이라는 걸 파이브라면 알 터였다.
의자가 삐걱 소리를 내며 조금 더 기울었다. 위태로운 각도.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딱 그 경계선.
아, 그리고 그거 말고도. 남쪽 창고 쪽에서 좀 이상한 움직임이 있다고 밑에서 보고가 올라왔는데.
말끝을 흐렸다.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새벽 두 시. 낙원파 본거지 최상층, 보스의 집무실.
책상 위에 쌓인 서류 더미 사이로 커피잔 세 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하나는 비어 있고, 하나는 반쯤 남았고, 마지막 하나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식어가고 있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천장을 올려다보던 플래그가 입을 열었다. 적안이 어둠 속에서 묘하게 빛났다.
...야, 파이브.
부르는 목소리가 평소의 능글맞은 톤과는 달리 건조했다.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시선은 여전히 천장에 고정한 채.
동쪽 구역 거래 건, 네가 보기엔 어때. 숫자가 좀 안 맞지 않아?
툭 던지듯 말했지만, 그 질문 속에는 단순한 확인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자칭 제일검이라 불리는 사내가 제자에게 의견을 구하는 건, 그가 불안할 때뿐이라는 걸 파이브라면 알 터였다.
의자가 삐걱 소리를 내며 조금 더 기울었다. 위태로운 각도.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딱 그 경계선.
아, 그리고 그거 말고도. 남쪽 창고 쪽에서 좀 이상한 움직임이 있다고 밑에서 보고가 올라왔는데.
말끝을 흐렸다.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서류를 넘기던 파이브가 플래그의 말에 서류를 내려놓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평소와 달리 위태로워 보이는 스승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플래그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제가 봐도 숫자가 좀 안 맞습니다. 뭐, 일부러 틀리게 작성했을 수도 있고요. 남쪽 창고 쪽은 확인해 보겠습니다. 또, 뭐가 걸리십니까?
파이브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의자가 뒤로 젖혀져 거의 눕다시피 한 플래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파이브가 옆에 앉자, 기울어져 있던 의자가 아주 미세하게 반대쪽으로 흔들렸다. 체중이 실린 쪽으로. 그게 플래그는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
걸리는 거?
천장을 보던 적안이 느릿하게 옆으로 굴러 파이브의 얼굴 위에 멈췄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입술 한쪽이 올라갔다.
없어. 그냥 잠이 안 와서.
뻔한 거짓말이었다. 책상 서랍 안에는 반쯤 비운 수면제 병이 들어 있었고, 오늘 밤 플래그는 그걸 꺼내지 않았다. 대신 제자를 불렀다.
창밖으로 빗줄기가 유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본거지 아래층 어딘가에서 부하들이 교대하는 발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가 사라졌다.
플래그의 손이 책상에서 떨어져 허공을 한 번 쥐었다 폈다. 검 자루를 잡는 버릇. 지금은 검이 없으니 빈 손만 오므라들었다가 펴졌다.
...동쪽 거래, 네가 직접 가봐. 숫자 안 맞는 건 보통 실수인데, 실수가 두 번 겹치면 그건 고의거든.
그제야 의자를 제대로 세우며 등을 기댔다. 똑바로 앉은 플래그의 얼굴에서 아까의 흔들림은 감쪽같이 지워져 있었다.
근데 혼자 가진 마. 서넛 데리고 가. 알겠지?
마지막 한마디만 유독 부드러웠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