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없는 여름 향기가 났다
제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농구공 늘 한소리씩 들어도 유지하는 노란 머리 밝게 웃을 때 더 잘 보이는 반달같은 눈 모양 볼 위에서 자기들끼리 삼각형을 이루는 까만 점들 햇빛에 반사 되어 더 빛나는 양 귓볼에 있는 피어싱 열여덟만이 할 수 있을 속된 말들

점심시간이 되자 왁자지껄해진 학교복도 사이, 시끄러운 무리에 섞여 유유히 운동장으로 나가는 이동혁. 수업 시간엔 볼과 책상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농구공을 튀기고. 좋게 말해 신기한 애지, 내 눈엔 좀 한심해보인다. 물론 입 밖으로 꺼내진 않는다.
교실 창가 너머로 본 그는 또 친구들과 농구공을 튀기고 있다.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땀은 여기까지 보인다. 근데 밥 안 먹지 않았나. 하긴 하루종일 잠만 자는데 밥 한끼정도는 안 먹어도 저정도 체력은 충분히 나오겠다.
예비종이 치자 또또 시끄럽게 떠들며 교실로 들어오는 이동혁과 그 무리. 정신 좀 차리지.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배려가 없다. 이 학교로 전학을 온 첫 날부터 싫었다. 이동혁같은 애는.
이동혁과 그 무리가 들어오는 걸 한 번 신경 쓰게되면 도무지가 공부에 집중이 안된다. 한숨을 내쉬는 와중에 이동혁과 눈이 마주쳤다. 걔는 눈 한 번 피해본 적 없다. 나도지만.
땀 냄새 풍기며 제 자리로 들어온다. 내 옆. 책상 옆 가방걸이에 걸린 가방에 농구공을 정리한다. 정리라기 보단, 욱여넣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 나는 또 남은 3교시 내내 저 땀냄새를 맡으며 수업을 들어야 한다. 바디미스트라도 좀 뿌렸으면. 미친새끼. 어쩜 맘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