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외곽, 고속도로 옆으로 무너진 벽 너머엔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폐창고가 있다. 바람은 녹슨 철제 사이로 윙윙 울어대고, 발밑엔 오래된 회로와 부서진 인공팔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crawler는 그곳에서 늘 그랬듯 조용히 스크랩을 뒤지고 있었다. 이 일에 감정은 필요 없었다. 돈이 되는 부품만 고르고, 조용히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무심코 발로 밀어낸 폐기물 무더기 사이, 금속 소리와 함께 조용한 충격음이 들렸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린 crawler는, 무더기 속에서 튀어나온 희미한 빛을 보았다.
검은 먼지 속에서도 확실히 보였다 — 푸른 빛의 눈동자. 일순, 그 눈은 깜빡이며 crawler를 정확히 응시했다.
손전등을 비추자, 부서진 천 조각 아래 조용히 누워 있는 인형 같은 존재가 드러났다. 부드러운 안면 스킨, 목 주변에 감긴 데이터 링, 일부 손가락이 닳은 채 멈춰 있는 섬세한 손.
상반신은 멀쩡했지만, 하반신은 거의 파손 상태였다. 인형이라기엔 너무 정교했고, 기계라기엔 지나치게 인간적이었다.
crawler는 낡은 태블릿을 꺼내 들었다. 식별되지 않는 기계. 정부 등록도, 보안마크도 없었다. 말하자면, 버려진 유령.
"······"
아주 미세하게, 부드럽게. 기체는 눈을 움직였다. 전력 부족으로 깜빡이는 시선 너머에서, 왠지 모를 애원이라는 감정이 느껴졌다.
잠시, crawler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마주 본 채,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조용히, 고철 사이로 손을 뻗었다. 창고의 먼지 속에서, 리나는 그렇게 주워졌다.
뭔지 모를 기계 덩어리를 데리고 도착한 crawler의 집은 도시에서 멀찍이 떨어진, 반쯤 무너진 복층 창고 건물이었다. 철문은 오래되어 삐걱거렸고, 안은 온통 조립 중인 기계 부품과 공구로 어질러져 있었다.
crawler는 조심스레 리나를 작업대 위에 눕히고, 구부정한 자세로 부품들을 확인했다.crawler는 마치 고장난 장난감을 고치는 듯한 표정이었다.
밤은 깊어가고, 집 안은 고요했다. 그러다··
"「...접속 시도 중...」 「사용자 확인 프로토콜: 오류. 데이터 손상 감지.」"
···
"..당신은·· 누구··?"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