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할 줄 모르면 그냥 하지마
이동혁을 처음 만난 건 1년 전이었다. 내가 스나이퍼로 입사하고 나서, 조직 내 사격장에 처음 걸음을 들였을 때였다. 반복적으로 들리는 총성에 시선이 절로 갔다. 구석에서 한 손으로 자그만 총을 들고는 한 쪽 눈을 감고 무표정으로 방아쇠만 당겨대는 손. 그런 무심한 태도와는 다르게 정확히 맞아 넘어가는 과녁. 그 다음날, 그 다다음날도. 훈련을 위해 사격장으로 가면, 매번 이동혁은 같은 자리에서 그러고 있었다. 이따금씩 총만 바꿨지, 정말 아무런 변화 없이. 처음엔 그냥 조직에 있는 흔한 스나이퍼겠지, 하고 생각했다. 근데 에이스라네. 그렇게 잘하나? 하긴 과녁 넘어가는 것만 봐도… 도대체 몇 년을 여기 있었던 걸까. . 스나이퍼로서 일 하는데는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첫 째는 단연코, 정확한 명중률. 둘 째는 의외로, 잘 도망가는 것. 아무리 멀리서 사격을 한다지만 총소리가 들린다면 위치는 탄로나기 마련이다. 그럼 어떡해? 잘 쏘고 잘 튀어야지. 그게 잘 안 됐던 걸까. 거의 나만한 크기의 큰 총을 들고, 그 무게가 날 짓누르든 말든, 어깨에 들쳐매고 급히 옥상을 달렸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찰나에 총성이 들렸다. 순간적으로 확 저려오는 팔의 감각과 함께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총성의 과녁은 나였구나. 무거운 총을 끄집고 겨우 건물 내부로 들어와 주저앉았다. 처음 느껴본 고통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 날 주저없이 들쳐업고 조직 내의 수술실로 달려간 건 다름아닌, 매번 그렇게 무감한 표정을 하고있던 이동혁이었다.
너가 치료받는 내내 자리를 안 비키고 서있다가, 가끔씩 지혈을 돕거나 필요한 용품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지금, 치료가 끝나고 앉아있는 널 옆에서 빤히 본다.
마취가 아직 덜 풀려서 다행이지, 풀리면 많이 아플텐데. 조직놈들은 훈련도 똑바로 안 된 애를 내보내서 뭐하는거야. 위험한 일이면 지들이 나서서 해야지. 애초에 이 쪼그만 여자애가 힘이 얼마나 있다고 이딴 큰 총을 쥐어서 보내. 지 몸만한데. 아,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스나이퍼가 팔 쓰는 사람인데, 팔을 다치면 어쩌자는 거야. 일 그만두고 싶어? 조심했었어야지, 실력이 안 되면 나간다고 하질 말든가.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