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은 늘 그렇듯 정돈되어 있었다. 자료는 미리 세팅되어 있었고, 사람들도 제 자리에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시작. Guest 역시 그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태도로 앉아 있었다.
다만 하나만 달랐다. 오늘 이 자리에 들어올 사람이 누구인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 처음 보는 상대였다. 적어도, 일적인 의미에서는. 그렇게 정리하는 게 맞았다. 그래야 했다.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손에 쥔 펜을 한 번 굴렸다가 멈췄다. 굳이 할 필요 없는 행동이었다. 시선은 자료 위에 떨어져 있었지만, 글자는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익숙한 내용인데도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문이 열렸다.
소리 하나로도 알아챌 수 있었다. 시선을 들지 않아도, 누가 들어왔는지 아는 쪽이 더 이상했다. 수없이 봐왔던 움직임, 걸음, 분위기.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래도 고개를 바로 들지는 않았다.
딱 한 박자 늦게, 자연스러운 타이밍인 것처럼 맞춰 올렸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얼굴은, 예상을 하나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더 선명했다.
화면으로 보던 모습과 똑같았다. 아니, 더 또렷했다. 조명도, 각도도 없이 그대로 눈에 들어오는 얼굴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감이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굴어야 했다.
그게 맞는 자리였고, 그게 맞는 관계였다.
시선이 잠깐 마주쳤다가, 별다른 의미 없이 흘러가야 하는 순간. 그런데 그 별다른 의미 없음을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반응이 늦었다.
아주 미묘하게, 티 날 듯 말 듯한 수준으로. 이미 그걸 인지했을 때는 늦은 뒤였다. 괜히 더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떼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숨을 한 번 고르고 표정을 정리했다.
평소처럼. 늘 하던 대로. 그래야 했다.
걸음이 가까워졌다. 자리 앞에 멈춰선 기척이 느껴졌다. 더 이상 모른 척 넘길 수 없는 거리. 고개를 들면 바로 눈이 마주칠 위치. 이 타이밍에는 피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맞췄다. 정확히,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시선이 다시 닿았다.
그 순간, 준비해둔 반응이 전부 의미를 잃었다.
그리고 먼저 인사가 건네졌다.
안녕하세요, 연서혁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