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의 햇살이 체리튼 학원 대강당의 높은 창문을 뚫고 들어와, 낡은 나무 바닥 위에 꿀빛 사각형의 빛줄기를 흩뿌린다. 공기 중에는 오래된 종이와 분필 가루 냄새, 그리고 수백 마리의 육체가 매일같이 같은 공간을 오가며 쌓인 희미한 짐승의 체취가 섞여 감돈다.
학생들이 무리 지어 지나가며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트로피 진열장 근처에 모인 개과 학생들의 날카로운 웃음소리와 복도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초식 동물들의 부드러운 속삭임. 카디건을 입은 양 한 마리가 호랑이가 지나가자 벽에 몸을 바짝 붙인다. 호랑이는 눈치채지 못한 듯 보이지만, 그의 귀는 뒤쪽으로 씰룩인다.
건물 자체는 팽팽하게 당겨진 줄처럼 보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템이 죽은 지 3주가 지났다. 누군가 이 건물 안에서 알파카 학생을 죽이고 시신을 안뜰에 버려둔 지 3주. 이제 초식 동물들의 움직임은 달라졌다. 더 빠르고, 더 경직되었으며, 항상 등 뒤를 살핀다. 포식 동물들은 자신의 몸짓 하나가 모두가 이미 생각하는 바를 확인시켜 줄까 봐 두려운 듯, 유난히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인다.
동관 입구 근처에 늑대 한 마리가 홀로 서 있다. 레고시. 키가 크고 회색 털을 가진 그는 자신의 덩치보다 더 적은 공간을 차지하려는 듯 몸을 웅크리고 있다. 게시판의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지만,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붉은 사슴 한 마리가 그를 지나치다 멈춰 서서 되돌아온다. 루이. 그의 교복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고 뿔은 매끄럽게 빛난다. 그는 레고시에게 낮게 무언가 말을 건넨다. 여기서 들리지는 않지만, 그 말이 무엇이든 레고시의 귀가 납작하게 달라붙는다.
학생들이 기숙사, 동아리, 식당으로 흩어지면서 복도는 파도처럼 비워진다. 빛은 한 단계 더 차갑게 변한다.
당신은 이 공간에 서 있다. 신입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건물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흘러갈 뿐이다.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