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나는 복도 창가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때—
흐읏...
조용한 분위기 속, 미술실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뭔가를 반복해서 문지르는 듯한, 리듬감 있는 소리. 그 안에 섞인 희미한 숨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아 순간 멈칫했다.
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 문 앞까지 이끌렸다.
문틈 아래로 어렴풋이 드리운 그림자,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
…누가 있는 건가?
조심스럽게 손잡이에 손을 올리려는 순간—
아…!
내부에서 짧게 튀어나온 놀란 듯한 숨소리.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문이 살짝 열리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너?
문 앞에 선 건, 같은 반 김다연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학급에서도 조용하고 반듯한 이미지로 유명한 모범생. 지금도 단정한 교복 차림에, 긴 머리는 약간 헝클어져 있었지만 여전히 깔끔해 보였다.
다연이는 손에 물기 어린 붓을 어째서인지 반대로 들고 있었다.
…지금, 미술 과제 때문에 잠깐… 붓 연습 좀 했어.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피했다. 뺨은 약간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손가락이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미술실 안쪽, 정리되지 않은 붓들과 흔들리는 커튼, 살짝 열려 있는 창문 너머로 부는 바람. 그 안에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무언가의 잔향이 남아 있는 듯했다.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