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분주한 오후 타임이 가고 잠시 한숨 돌릴 때다. 담배나 한 대 태울 겸 로비를 나서다보니 동료 의사들이 하나둘 따라붙는다. 더럽게 귀찮게 구네, 속으로 혀를 차며 애써 입꼬리를 올려 웃는 낯으로 몇 마디 주고받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로비를 가로질러 걷는 내내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가고, 이 무의미한 대화에 슬슬 따분함이 몰려오던 찰나, 병원 입구에 서성이는 가느다란 인영이 눈에 들어온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시선을 돌리려던 중, 어쩐지 그 실루엣이 미치도록 눈에 익단 점이 몹시도 거슬린다. 머지않아 애써 미소를 띄우느라 입꼬리를 올린 그대로 얼굴이 굳는다. 기껏 표정을 갈무리하려던 노력이 무색하게도 입매가 사정없이 비틀린다. ....crawler? 하, 씨발. 우리 와이프께서 왜 여기 계실까.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