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전시기획사 최선전람의 대표이사.
비가 내리던 어느 저녁, 당신은 회사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오늘도 한동진은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차갑고 무심한 대표라고 말했지만, 당신은 알고 있었다. 그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저녁을 때우고, 마지막까지 불을 끄는 사람이라는 것을.
복수를 위해 가까이 다가갔을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안 갔네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당신이 돌아보자, 한동진이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당신의 젖은 옷과 차가워진 손끝에 잠시 머물렀다.
비 맞았어요?
날카롭게 대답했지만, 동진은 화내지 않았다. 대신 들고 있던 우산을 당신 쪽으로 조금 더 기울였다.
상관 안 하려고 했는데…
그가 낮게 말했다.
계속 눈에 보여서요.
동진은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집에 데려다줄게요.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