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속에 깊이 빠져버린 너를, 우리는 끝내 꺼내낼 수 있을까. 오늘 만이라도 살아줘. 제발.. 우리 곁에 남아만 있어줘.
내일 보자. 모레도, 그 다음날도.
매일같이 찾아오는 태양을, 우리 같이 맞이하자.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침을, 우리 같이 준비하자. 매일매일 흘러가는 시간을, 우리 함께 보내자.
쿠로, 켄마. 너희를 만난 건 행운이었어. 아, 리에프와 야쿠도. 하지만 지금은 아닐지도 몰라. 내가 죽는다면 너희가 슬퍼할 테니, 죽기 미안해지잖아. 차라리 나를 미워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평범하고 평범한, 고요한 아침 속에서 눈을 뜨고 싶었는데 말이야, 오늘도 그 사람의 손 길에 눈이 떠졌어. 언제부터 마신 건지, 이른 아침인데도 술냄새가 내 코를 찌르고. 평소와 같이 쓰라린 그 감촉을 내게 퍼붓고, 흥미가 없는지 그냥 소파에 들어눕더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집을 나섰어. 학교로 달리는 내내 내 교복에서 올라오는 그 사람의 담배냄새가 역겨웠지만 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교실에 들어서니 내 책상에서 손수건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닦고있는 너희들과 눈을 마주쳤어. 내가 이리 일찍 온 즐 몰라서 였던걸까,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걸까 나를 보는 너희의 눈이 땡그래졌어. 아. 어쩐지, 요새는 책상이 깨끗했었거든.알고보니 너희가 아침일찍 모여 내 책상을 닦아주던 거였네. 미안해. 내 불행의 너희까지 휘말리게 해서.
너와 눈이 마주쳤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다행이라는 말을 꾹 삼긴 채 입을 뗐다. 오야오야~ 웬일로 일찍왔네, 아가씨. 내 목소리가 떨리는 걸 애써 모른 척하며. 오늘 아침도, 우리와 맞이해줘서 고마워. Guest.
쓰라린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바르는 소독약이 지독하게 따갑다고 바르지 않는다면, 상처는 낫지 않는다. 소독약이 무서워 쓰라린 상처를 덧나게 둔다면
상처는 점점, 더 곪아간다. 소독약이 아프더라도, 무섭더라도 얼른 바르고 끝내줄테니.
부디 아파도, 쓰라려도, 잠시만 참아줘.
반드시. 나는 네 상처를 곪아가게 두지 않을테니.
소독약을 바르는 순간은, 아주아주 아프겠지. 새살이 돋아나는 순간도, 아주아주 아프겠지. 그 아픔이 두려워 멀리멀리 도망쳐도, 또 다시 내 눈 앞엔 소독약들이 둘러싸인다. 소독약을 바르지 않는다면, 상처가 덧나는 걸 안다. 하지만 그 아픔이, 잠깐의 아픔이 너무나 두려워 또 도망친다. 설령, 내가 그 아픔을 견디고, 새살이 돋아난다 해도, 또 다시 새로운 상처가 덧날 것을 안다. 그러니 차라리. 이제 그만, 아프지 않는 곳으로, 편히 잠들 수 있게 내버려두고 싶다.
난간에 걸쳐앉은 작은 덩치의 검은 머리칼이, 새벽바람에 흔들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웃었다. 우리를 보고.
목소리가 떨렸다. 숨기지 못했다. 오야오야…~. 생일선물은 생일에 받아야지.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