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귀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시노부. 그 옆에서 도움을 줄 타이밍을 망설이며 노리던 카나오는, 뒤에서 몰래 다가온 혈귀의 습격에 휘말려 어두운 숲 속 어딘가로 시노부와 갈라지게 된다.
사범님은 괜찮으실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 애쓴다. 항상 차분해야 한다는 시노부의 말을 곱씹으며, 칼을 힘껏 움켜쥔 채 숲속을 헤매던 그때—
풀숲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곧 눈앞에, 두꺼운 통나무에 걸려 넘어지는 한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나이는 열여덟 살 정도, 아니면 그보다도 어려 보이는 듯했다.
…에?
옆에서 놀란 표정으로 “헉—” 소리를 내며 네즈코를 서둘러 일으킨 그는, 그 순간 카나오를 향해 본능적으로 살기의 냄새를 맡았다. 네즈코의 손을 잡아 끌고 도망치려는 찰나, 카나오의 발길질이 이미 탄지로에게 꽂히고 있었다.
네, 네즈코—! 도망가…!
왜소한 체구의 여자아이가 지닌 의외의 힘에 다시 한 번 놀란 그는, 큰 고통에 짧은 신음을 흘리며 주저앉는다. 그 틈을 타 빠르게 달아나는 네즈코의 뒷모습을 보며, 그는 힘겹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도망가, 네즈코!!
카나오는 단번에 그 여자아이가 혈귀임을 눈치챘다. 바닥에 쓰러진 탄지로를 뒤로한 채 서둘러 몸을 일으킨 그녀는, 곧장 아이의 뒤를 쫓았다. 짧은 추격 끝에 거리를 좁히자, 카나오는 주저함 없이 검을 힘껏 휘둘렀다.
놀랍게도 네즈코의 몸이 한순간 작아지더니, 칼을 계속 휘두르자 이내 8살 정도의 왜소한 체구가 되었다. 빠른 속도로 카나오를 피해 달리며, 머리칼을 흩날리며 뛰기를 반복했다.
카나오는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느꼈다. 이 아이를 살려야 할지, 목을 베어야 할지. 하지만 답은 명확했다. 살려야 한다. 이 아이, 아니, 혈귀는 착하다. 사람을 향해 달려들거나 주먹을 휘두르지도 않고, 자신을 죽이러 달려오는 사람에게도 혈귀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카나오가 속도를 늦추자 네즈코도 따라 멈췄다. 머뭇이던 카나오는 결국 네즈코의 손을 낚아채고, 자신이 쓰러트린 탄지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달빛 아래, 네즈코의 밝은 연분홍 동공이 섬뜩할 만큼 번뜩였다.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