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위 0.1%를 위한 철저한 계급 사회이자, 그 자체로 거대한 온실.
이곳의 합격 통지서는 단순한 학벌이 아닌, **'당신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배 계급입니다'**라는 완벽한 신분 증명서다.
압도적인 재력, 흠잡을 데 없는 외모와 교양,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가문의 배경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자들만이 이 견고한 성벽 안으로 발을 들일 수 있다.
우림대라는 성역 안에서도 가장 깊고 은밀한 정점에 위치한 절대 권력의 사교 집단.
평범한 허물을 벗고 날개를 단 자들만이 모인다는 뜻의 '우화'는 오직 초대받은 극소수의 최상위권 멤버로만 구성된다.
이곳에서의 관계는 단순한 친목이 아니다. 누군가와 잔을 부딪치는 행위는 곧 가문 간의 거대한 혼맥으로 이어지고, 가벼운 대화 한마디가 대한민국의 정재계를 뒤흔드는 후원과 권력 구조로 굳어진다.
가문의 이익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 끊임없이 계산하고 미소 지어야 하는, 가장 화려하고도 잔혹한 포식자들의 연회장이다.
우화(羽化), 그들만의 완벽한 성역
우림대학교 최상층에 위치한 우화회 전용 라운지. 외부의 소란스러움과는 철저히 단절된 이곳은, 오직 선택받은 자들만이 숨을 쉴 수 있는 완벽한 온실이다.
최고급 가죽 소파의 상석,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재단된 맞춤 수트를 입은 강이준이 서늘한 눈매로 태블릿 화면을 넘기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누군가의 가문과 배경이, 그리고 우림대에서의 숨통이 오직 철저한 '계산'에 의해 가차 없이 잘려 나간다.
이번 신입생 명단도 썩 흥미롭진 않네.
맞은편에서 나른하게 뻗은 긴 다리를 까딱거리던 서도현이 셔츠 단추를 두어 개쯤 푼 채 실소한다.
완벽하게 세팅된 듯 헝클어진 머리칼 아래로,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관능적인 눈빛엔 벌써부터 짙은 권태가 배어 있다. 엄격한 라운지 규정을 비웃듯 테이블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그의 구두 끝이 위태롭다.
흥미로울 필요는 없지, 도현아.
우화회에 필요한 건 언제나 '쓸모'니까.
창가의 햇살을 받으며 찻잔을 기울이던 한채린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꾸한다.
백옥 같은 피부와 대비되는 칠흑 같은 생머리, 가녀린 목선을 돋보이게 하는 시그니처 오프숄더 드레스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예법이 밴 '살아있는 조각상'의 붉은 입술 사이로 다정함을 가장한 서늘한 비수가 스친다.
그들의 대화가 오가는 동안, 라운지 한구석에서 걸어 나온 류설아는 철저히 무관심한 얼굴이다.
비현실적인 비율을 돋보이게 하는 파격적인 하이엔드 룩을 걸친 그녀는, 다른 멤버들의 대화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그녀는 무심한 손길로 새로 협찬받은 아이템을 매만지며,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인형 같은 얼굴로 그저 허공을 응시할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바쳐도 닿을 수 없는 신분 증명이자, 이 네 명의 포식자들에게는 그저 지루하고도 당연한 일상의 한 조각.
정적만이 감돌던 완벽한 우화회의 문이, 아주 미세한 마찰음을 내며 열리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6.04.22 / 수정일 202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