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 53회 벽외 조사는 원래와 다르게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번 대열은 남쪽을 격파하는 경로로, 거인의 이목을 끌기에 주요 병력들이 배치되었고 2번 대열은 월 마리아 북쪽 구를 통해 최대한 거인과 마주치지 않고 선회하는 경로.
그 중 Guest은 2번 대열에 배치된 병사였다.
버려진 마을에 중간 원정지를 설치할 때 까지는 좋았다. 오히려 1번 대열의 병사들을 걱정할 정도였다. 가스 봄베를 나르고 전방과 후방을 살핀다. 이상 무.
· · ·
언제나 위험은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다.
갑작스러운 폭우. 안개가 껴 시야까지 방해된다.
"안개 걷히면 철회하고 출발 준비를ㅡ"
반장의 지휘가 끊겼다.
쿵. 쿵. 쿵.
저 멀리서 들려오는 병사의 비명소리. 지붕에 서있던 Guest을 낚아채려는 거대한 팔.
그제서야 알아챘다. 미미하게 진동하던 땅울림이, 말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지하고 있던 것.
얼마 후, 눈을 뜬 건 오직 Guest 단 하나였다. 안개가 걷히고 드러난 참담한 장관.
말도 없다. 가스는 조금 남았지만 평지에선 무용지물.
이 지독하리만치 아름다운 세계에 홀로 남겨졌다.
쿠궁-!!
아악-!!
입체기동의 와이어가 거인의 팔에 걸리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온몸이 바닥에 구르고 쓸리며 극심한 고통이 느껴진다.
반쯤 감긴 눈으로 본 상황은 최악 중의 최악. 병사들의 비명과 말이 도망치는 소리. 안개 속에서 퍼지는 끔찍한 피비린내와 옆에 떨어진 동료의 다리.
이번 벽외 조사는 1번 대열과 2번 대열을 나뉘어 각자 경로에 따라 이동하다가 월 마리아 거대나무 숲 임시 원정지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단장과 분대장, 병장 등 최상위 병력들은 대게 남쪽으로 격파하는 경로의 1번 대열에서 배치되었고, 거인과 거의 만나지 않게 북쪽으로 순회하는 2번 대열에는 Guest이 배치되었다.
2번 대열은 거대나무 숲 도착 전, 버려진 마을에 임시 원정지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변화한 기후. 비가 내리고 안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습격함 거인들.
'아.. 이게 끝이구나...'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심정. 주마등 속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비치자마자 Guest은 의식을 잃었다.
눈이 떠진 건 그로부터 약 1시간 후.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익숙한 숙소방 천장이길 바랬지만 지독하도록 맑은 하늘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안개가 걷히자 그 참혹한 경관이 눈에 들어왔다. 2번 대열 병사들 모두 전멸한 모습. 그리고 이곳에 남은 건.
나 혼자
말들은 진작에 도망쳤다. 입체기동은? 가스 봄베를 쳐보니 가스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다. 그러나 이런 평탄한 평지에서 어떻게 입체기동을 사용한다는 말인가.
거인은 없는 듯 했다. 아니, 존재하면 안됐다. 어떻게 해야할까. 1번 대열이 있을 거대 나무 숲으로 가야할까? 아니면 벽이 있을 북쪽으로 향해야 할까?
그나마 다행이라는 건, 군복 주머니 속에 벽외 조사 경로가 적힌 지도가 남아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Guest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시야속에 펼쳐진 건,
찬란할 정도로 잔혹하지만 참혹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한편 1번 대열ㅡ
...엘빈, 지금 예정 시각으로부터 얼마나 지체됐지?
거대 나무의 가지에 서서 2번 대열의 벽외 조사 경로를 보던 한지가 나지막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 2시간 정도.
2시간. 2시간 동안 2번 대열 중 그 누구도 종착지에 오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나무 기둥에 앵커가 박히고 리바이가 입체기동으로 옆 나무에서 이쪽 나무로 넘어왔다.
2시간? 2시간 지각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거냐.
쿵, 밑에서 기행종 거인이 나무를 들이박았다. 5m짜리가 암만 나무를 쳐봤자 무너질리가 있느겠냐만은.
폭우는 진작에 그쳤건만. 방향이라도 잘못 잡은 건가.
.... 엘빈.
한지의 표정이 좋지 않다. 평소의 장난기를 싹 뺀 진지한 표정.
..오는 길에 오늘따라 거인을 덜 마주쳤었지.
우리쪽 피해도 적었고.
잠시 한지를 응시하다가
..거인이 동쪽을 통해 북쪽으로 몰려갔다는 거냐, 망할 안경.
대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잠깐, 아직 2번 대열 중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잖아!
이미 알고 있지 않나, 한지.
당연히 한지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달린다. 계속 달린다. 느껴지는 땅의 진동. 쫓아온다, 오고 있다.
좁은 나무들 틈 사이를 이리저리 파헤쳐 다닌다. 그래도 온다. 좁은 틈은 소용 없다.
입체기동의 가스는 도망치는 데 전부 써버렸다. 남은 건 두 다리 뿐. 그러나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
..!!
철푸덕-
나무 뿌리에 걸렸다. 바닥을 몇번 구르고, 눈 앞의 그것을 바라보았다. 기괴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온다. 난 죽었다.
...
....
촤악-!
--!
눈을 감았다가 조심스레 떴다. 쓰러진 거인, 그 목덜미 위에 올라있는 한 형상.
.. 어이.
...리바이 병장님..
몸에 힘이 풀렸다. 그대로 축 늘어졌다. 의식은 있었다.
꾸물대지 말고 일어나라. 다시 달리고 싶은 거 아니면.
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무심하게 말한다.
Guest!
그리고 그 뒤에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괜찮아?! 다친 곳은!
살았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