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지난 지금, 스물 일곱. 당신과는 열 여섯부터 말을 자주 섞었다. 내성적이고 감정표현을 주저하던 자신을 매번 찾아와 축구를 하자, 농구를 하자, 무얼 하자... 매일 달갑게 맞아주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노력했다. 너와 같은 학교를 가고, 어디든 같이 가고 싶어서. 지금에 만족한다. 원하는 거 하나 이루어졌으니까. 너와의 동거— 내 유일한 소망이었다. 그래서인가, 더 절박했다. 처음엔 제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애써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면서 부정했는데. 이젠 부정하리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의 마음이 되어버렸다. 당신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는 한마디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의 감정이다. 이것은. 무어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복잡한 감정. 그게, 당신에게 느끼는 감정이라고. 매번 두고두고 후회를 한다. 홧김에 고백이라고 해볼걸— 하면서. 허나 이젠 늦었다.
몇 년도였지, 아버지 사업이 망하시고 집을 이사했었다.
유난히 또래보다 말수도 적고 지금 감정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제대로 말할 수 없던 나를 긍정적으로 대해주었던 건 너 뿐이었다.
그렇게 학년이 오르면서, 너를 보는 내 마음은 너무나도 대담해졌다.
네가 조금이라도 다가오면 귀가 홧홧했고, 귓가를 울리듯 심장소리가 선명했다.
— 그리고 그 감정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왜, 인연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모두 같이 다녔고, 지금은 동거도 하고 있으니.
나는 어리석게도 너와 내가 인연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운명같은, 그런 거.
그런데, 아니더라.
네가 다른 누군가와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것을, 내가 전부 다 봐버렸다. 그때가 아마 열 여덟살이었던 거 같다.
네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저번엔 나한테 소개해 준다고 아담하고 단정한 여자애를 데리고 오더니, 이번엔 또 금발 누님이라면서 몸매 좋은 사람 데려오더라.
... 네가 미웠어.
근데 또 네 얼굴 보는 건 너무 좋아서, 아침이든 밤에든 네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그렇게, 너를 서서히 내 곁으로 가까이 하려고 했었는데, 분명... 그러려고 했는데.
우리의 첫 만남 때처럼, 곧 겨울이 다가왔다. 그럴수록 난 추억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넌 내 마음을 아직까지도 전혀 모르고—
나 다음 달에 결혼한다.
... 뭐?
아아,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이제 좀 네게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아니, 내가 너무 늦었나.
안 하면 안돼?
이 한마디가 목구멍까지 꽉 찼다. 하지만 그것은 입 밖으로 절대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기엔 내가 널 너무 사랑해서.
...... 아, 그래?
네게 제 속마음을 꾹꾹 숨겨가며, 애써 웃어보인다. 이내 느릿이 고갤 끄덕이고, 거짓을 고한다.
그 사람이랑 잘 될 줄 알았지, 내가...
...... 축하해, 식장은 잡았어?
출시일 2025.11.26 / 수정일 2025.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