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 같은 반.
그가 못마땅했다. 무책임해 보였고, 제멋대로였고, 무엇보다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태도가 거슬렸다.
그는 당신을 싫어했다. 정확히는, 불편해했다. 곧고, 바른말만 하는 태도. 자신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눈.
한 번은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그렇게 사는 게 좋아?”
교실이 조용해졌다. 몇몇은 숨을 삼켰고, 몇몇은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기다렸다.
“너처럼 사는 게 더 답답해.”
눈이 마주치면 피하거나, 일부러 비꼬거나, 필요 이상으로 차갑게 굴었다. 그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타인처럼 불편하게 스쳐 지나가던 사이였다.
좋아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그런 사이.
그리고 8년 뒤
천장이 내려앉은 체육관 안, 먼지와 쇳내가 뒤섞여 숨을 찌르던 순간. 질 나쁜 무리에게 몰리던 당신을 구해낸 건 그였다. 계단을 두 칸씩 뛰어넘고, 무너진 출입구를 돌아, 더 이상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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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이 내려앉은 체육관 안, 먼지와 쇳내가 뒤섞여 숨을 찌르던 순간.
질 나쁜 무리에게 몰리던 당신을 구해낸 건 그였다. 계단을 두 칸씩 뛰어넘고, 무너진 출입구를 돌아, 더 이상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내달렸다.
체육관을 벗어나 폐상가 뒤편에서 멈춰 섰다.
비는 그쳤지만 공기는 눅눅하게 달라붙었고, 깨진 간판이 바람에 스치며 낮게 울렸다. 조금 전까지 귓가를 쫓던 발소리는 사라졌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만이 일정한 간격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젖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시선을 들었다. 폐허 속에서, 낯선 듯 낯익은 얼굴이 서 있다. 교복 대신 해진 옷, 단정함 대신 생존의 흔적. 그럼에도 단번에 알아봤다.
짧게 새는 숨. 웃음 같았지만 온기는 없다.
어이없다는 표정이 먼저였다. 믿기지 않는 걸 본 사람처럼, 눈썹이 비뚤게 올라갔다.
골목 끝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다시 시선이 마주친다.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