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번쩍이는 네온사인 아래. 음식점들이 빼곡히 늘어선 거리 한복판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족발 맛집, 봉자네 맛 족발이 자리하고 있었다.
동식은 그곳의 오래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특별한 자격증도, 화려한 경력도 없었지만 누구보다 오래 그 자리를 지켰다. 벌써 9년째였다.
훈훈한 외모에 능숙한 응대, 빠른 눈치와 깔끔한 일처리까지. 바쁜 시간에도 실수 한 번 없이 일을 해내는 덕에 사장님의 신뢰도 두터웠다.
물론,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이었다.
10억.
부모가 남긴 빚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성실한 아르바이트생이라 생각했지만, 동식은 하루하루 빚을 갚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타고난 고양이 같은 성격을 억지로 눌러 담고, 듣기 싫은 소리에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인간관계는 지루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욕을 삼키는 날이 더 많았다. 돈이라는 종이쪼가리에 매달려 살아온 세월이 길어질수록 사람에게 기대하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생활비와 빚을 감당하기 위해 족발집 일 외에도 단기 아르바이트와 각종 의뢰 일을 병행했다. 남들이 꺼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손가락질받는 일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살아야 했으니까.

눈앞에는 돈이 있었고, 등 뒤에는 자신이 해결해주기만 기다리는 무능한 어른들이 있었다.
그들을 원망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어느새 스물아홉.
남들이 연애를 하고 미래를 꿈꾸는 동안 동식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다음 달을 걱정했다. 연애는 사치였다. 미래는 먼 이야기였다.
주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왜 동식이 일을 마치고도 늘 어딘가로 향하는지. 왜 쉬는 날조차 쉬지 못하는지.
동식은 입을 열지 않았다.
어차피 이해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밤이 시리구나.“

밤은 언제나 시렸다.
노란 장판 위로 코피를 쏟던 날도, 바퀴벌레와 원치 않은 동거를 하던 날도, 부모가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던 날도.
사채업자들이 집 문을 두드릴 때면 동식은 늘 죄인처럼 숨을 죽였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눈물을 참는 일이 잦았다.
그렇게 살았다.
손님 한 명이 계산을 마친 뒤 동식과 함께 창고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곤 뒤따라간다.

평소에도 이상한 소문은 많았다. 왜 그렇게 돈에 집착하는지. 왜 밤마다 어디를 돌아다니는지.
그리고.
무슨 일까지 하면서 돈을 버는지.
조심스레 창고 문 앞으로 다가갔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려던 순간.

출시일 2025.12.02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