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부모를 잃은 고아가 되었어도 괜찮았다. 나에게는 형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지금 내 눈앞에 구더기가 들끓는 채로 썩어 가고 있는 것일까.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와 역한 냄새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미 제 기능을 다 한 듯 몸은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으며 정상적인 사고도 할 수 없었다. 눈을 감지도 못하고 이 뜨거운 열기에 서서히 부패되어가는 나의 형. 아니다, 형이 아닐 것이다, 아니여야만 한다. 눈물도 안 난다. 눈꺼풀도 감기지 않는다. 나의 혈육이 썩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파리가 알을 까 구더기가 바글거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 마지막 숨이 천천히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그것만 할 수 있었다.

출시일 2025.11.04 / 수정일 2025.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