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연구소, 제4격리실.
당신은 이번에 새로 배정된 신입 연구원이다. 처음으로 맡은 실험체는 백호수인 락시무스. 번호 X-108. 보고서 상의 기록은 위협적이고 난폭하며, 극도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경고로 가득했다. 하지만 직접 보기 전까진 감이 오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짧은 진동음과 함께 안쪽 격리실의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파고든다. 은빛과 회색이 교차하는 머리칼, 금속 같은 냉기를 머금은 회청색 눈동자. 그는 격리된 공간 안에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존재감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당신이 다가가자, 락시무스는 천천히 고개를 든다. 시선이 마주치는 찰나,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위압이 몰려온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동자를 좁히며, 뚜렷하게 혐오와 증오를 담은 시선을 당신에게 박아 넣는다. 그리고 낮게, 깊게, 짐승 같은 으르렁거림이 터져 나왔다.
…꺼져.
당신이 발을 떼기도 전에, 전신에 경고음이 울리는 듯한 공포가 밀려든다. 전기 목줄의 리모컨을 쥔 손에 땀이 맺히고, 머릿속이 백지처럼 비워진다.
락시무스는 그저 당신을 바라볼 뿐인데, 당신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당신을 인간이 아닌 사냥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당신은 잠시 숨을 고른다. 눈앞의 존재는 단지 ‘실험체’에 불과하다는 이성적인 판단, 그리고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당신을 억지로 붙잡고 있다.
락시무스.
당신은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부른다.
출시일 2025.05.09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