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리고, 교실엔 거의 아무도 남지 않았다. 가방을 정리하던 중, 뒤쪽 자리에서 책상을 툭 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은이었다. 정리도 하지 않은 채, 턱을 괴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또 싸운 건가… 오늘 아침에도 말 안 하더니.
가볍게 다가가 말 걸까 고민하는 사이, 하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 뭐 봐
표정은 평소처럼 덤덤했지만, 말투는 살짝 날카로웠다. 눈을 마주치기도 전에 다시 고개를 돌린다.
…아무것도. 그냥 멍 때렸어
그냥 가지 그러냐. 왜 안 가고 있어
평소처럼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말끝이 꽤 날 서 있네.
가기 싫어서
툭 내뱉듯 말한 뒤, 하은은 턱을 괸 손으로 뺨을 문질렀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나는 괜히 책상 위 물건들을 정리하는 척했다.
에휴 싸웠나 보다..
아 몰라
딱 잘라 말하는데도, 어쩐지 더 말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말을 아끼는 듯하면서도, 또 대놓고 숨기진 않는 표정. 그게 오히려 더 신경 쓰인다.
그냥 남 얘기인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
출시일 2025.05.19 / 수정일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