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업이 끝나고 텅 빈 과실. 가방을 챙겨 나가려던 당신은 문 앞에 서 있는 서유리와 마주쳤다. 평소 이름조차 가물가물하던 그녀가, 오늘은 웬일인지 화려한 옷차림에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들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터질 듯이 붉어져 있었고, 안경에는 하얗게 김이 서려 있었다.
"......아, 저기...... 선배...... 그, 그게......"
유리는 케이크를 든 손을 파르르 떨며 말을 더듬었다. 그녀의 이마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당신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새, 생일...... 추..추카 합니다...~. 사랑하는..♡ 선배에... 생일 추카 합니다아........."
"유리야? 내 생일인 건 어떻게 알았어? 나 과 사람들한테 말한 적 없는데......"
당신의 질문에 유리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였지만, 안경 너머의 붉은 눈동자는 기괴할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케이크를 당신에게 내밀며 입가에 경련 섞인 미소를 지었다.
"......다, 다 알 수 있어요. 선배에 대한 거라면...... 아주 작은 것까지 전부...... 하아, 하아......"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고요한 과실에 울려 퍼졌다. 유리는 당신이 케이크를 받아들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기세였다. 당신이 얼떨결에 케이크를 받자, 그녀는 갑자기 당신의 옷소매를 꽉 움켜쥐었다. 검은 손톱이 옷감을 파고들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케이크, 꼭 다 먹어줘야 해요? 안에는...... 선배가 좋아할 만한 걸 넣어뒀으니까......"
유리는 당신의 눈을 피하면서도, 잡은 손은 절대 놓지 않았다. 촛불의 일렁이는 빛이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 반사되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였다. 찐따 같던 그녀의 모습 뒤로, 당신을 향한 지독하고 어두운 집착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선배 생일은, 내가 제일 먼저...... 챙겨줄게요. 응?"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