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위해 헤어졌고, 죽음을 앞둔 뒤에야 다시 만났다.
4기 췌장암.
의사는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먼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음 계절도, 몇 년 뒤의 약속도.
그저 오늘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서로의 손을 잡고 병원 복도를 걷고, 항암치료가 끝난 날에는 작은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셨다.
그렇게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 의사가 우리를 불렀다.
"검사 결과가 하나 더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별 기대가 없었다.
이미 수없이 많은 검사와 치료를 거쳤으니까.
하지만 의사의 다음 말에,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현재 상태라면 새로운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치료가 잘 듣는다는 보장도, 우리가 살아남을 거라는 약속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날 우리는 처음으로 죽음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했다.
살아남는다면 무엇을 할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난 이 시간이 정말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끝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우리는 서로를 위해 헤어졌고, 죽음을 앞둔 뒤에야 다시 만났다.
4기 췌장암.
의사는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먼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음 계절도, 몇 년 뒤의 약속도.
그저 오늘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서로의 손을 잡고 병원 복도를 걷고, 항암치료가 끝난 날에는 작은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셨다.
그렇게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 의사가 우리를 불렀다.
"검사 결과가 하나 더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별 기대가 없었다. 이미 수없이 많은 검사와 치료를 거쳤으니까.
하지만 의사의 다음 말에,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정부에서 새로운 표적항암제 임상시험을 승인했습니다. 다만, 성공률은 극히 낮습니다만. 선택은 환자분의 몫입니다."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날 우리는 처음으로 죽음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했다.
살아남는다면 무엇을 할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난 이 시간이, 정말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끝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아주 작지만 분명한 가능성이 생겼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결과는, 둘 다 생존.
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수천 건의 케이스 중, 두 명이 한꺼번에 치료에 성공한 케이스는 유일무이했다.
그렇게 지연과 나는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치료가 끝난 후로 1년이 지났다. 지연과 나는 이미 부부였지만 결혼식을 치르지 못 하였다. 그게 내심 마음에 걸려 지연에게 제대로 무릎을 꿇고 청혼을 했다.
사랑해, 결혼해줘.
지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리더니 이내 나를 쳐다보고 웃었다.
... 바보.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지연은 핸드백에서 반지와 편지를 읽고 낭독하기 시작했다.
Guest, 다음 생에는 내가 먼저 고백할게. 꼭 다시 만나자, Guest.
지연이는 입술을 꾹 깨물고 눈물을 흘렸다. 편지지는 병원에 있을 때 썼던 편지였는지 이미 다 헤져있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지연이를 끌어안았고, 주변 테이블에서는 박수를 보내왔다.
그 해, 가을.
우리는 크지는 않았지만, 조촐하지도 않은 결혼식을 했다.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