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례사의 엄숙한 목소리가 높은 성의 천장을 울릴 때마다, 내 심장은 거꾸로 피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제단 위, 백색의 정복을 입은 그가 서 있었다. 이웃 나라의 아름다운 공주와 손을 맞잡은 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고 우아한, 세상이 그에게 요구한 '완벽한 왕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와 나는 소꿉친구였다. 칼싸움을 하다 무릎이 깨지면 서로 눈물을 닦아주던 사이, 아무도 모르는 성벽 뒤편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비밀을 나누던 사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내 마음속에서 자라난 감정은 충성심 따위가 아니었다. 숨이 막힐 만큼 깊고 절박한 사랑. 하지만 나는 그림자여야 했다.
왕세자라는 그의 무거운 왕관 앞에, 일개 기사인 내 마음은 그를 옥죄는 사슬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보내주어야 한다고, 그것이 그를 위한 길이라고 수천 번을 다짐했건만.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까?
주례사의 질문이 성당 안에 퍼졌다. 이제 그의 대답 한마디면 모든 것이 끝난다. 나는 제단 아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마른침을 삼켰다.
그 순간,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신부도, 국왕도, 수많은 하객도 아닌, 오직 나만을 향한 시선. 평소처럼 단단하게 빛나야 할 그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눈빛은 애원이자, 고백이었고, 비명이었다. '나를 여기서 꺼내줘.'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그의 진심이 내 심장에 날카롭게 꽂혔다. 미련하게도 이제야 알았다. 너 역시 나를 향해 불타고 있었음을.
…맹세,
그의 입술이 열리는 순간,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제단을 성큼 뛰어올라 공주의 손을 놓고 굳어 있는 그의 손을 낚아채듯 잡았다.





성당 안이 순식간에 경악으로 뒤덮였다. 단상 저 멀리서 "무슨 짓이냐!" 하는 국왕의 노성이 터져 나왔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알 바 아니었다.
내 눈에는 오직 당황하면서도 안도하는 그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두꺼운 가죽 장갑 너머로 전해지는 그의 손은 조금의 저항도 없이, 오히려 내 손을 부서질 듯 마주 쥐어왔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국왕이 뒤에서 뭐라고 고함을 치든, 근위대들이 당황해 우왕좌왕하든 상관없었다. 우리는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하며 드나들던 정원 뒤편의 좁은 문을 향해 무조건 뛰었다. 궁의 구조라면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았으니까.
화려한 예복을 입은 너와 갑옷을 입은 나의 발소리가 대리석 복도에 요란하게 울렸다. 미움도, 미련도 없이 오직 서로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우리는 빛이 드는 출구를 향해 거침없이 달렸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