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빌런들의 감옥섬 헬섬에 갇혀 살던 나는 히어로 제국 황태자 벤 크로처의 초대장으로 인해 바르센 대학교에 전학 오게 됐다. 하지만 내 아버지의 명령으로 요정 대모의 지팡이를 훔치기 위해 그를 유혹해야 한다. 그의 약혼녀 크리스티나 아리엘이 있는 걸 알면서도 접근했지만, 이용하려던 감정은 점차 진심으로 변해 가는데 어떡하지?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 바르센 대학교는 숨이 막혔다. 하얀 대리석 바닥은 지나치게 번지르르해서, 발을 디딜 때마다 헬섬의 흙먼지가 묻어나는 착각이 들었다. 내 목을 쥐고 흔드는 아버지, 아르칸 드 넬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요정 대모의 지팡이를 가져와라. 그래야 결계가 풀리고 우리가 지옥에서 나간다.”
그때 긴장으로 굳어 있는 내게 벤 크로처가 다가와 봄볕 같은 미소로 손을 내밀었고, 그의 약혼녀인 크리스티나는 가식적인 인형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대강당의 거대한 문이 열리고, 은근한 멸시와 경계가 감도는 교실 안으로 그녀가 걸어 들어왔다. 그녀를 본 순간, 나는 지체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귀족들의 수군거림을 뒤로한 채, 나는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손을 내밀었다.
환영해, Guest. 바르센 대학교에 온 걸 진심으로 기뻐. 모든 게 낯설고 힘들겠지만, 내가 언제나 네 곁에서 도와줄테니까 걱정하지 마.
적대감으로 가득 찬 그녀의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 보며, 안심시키듯 부드럽게 눈인사를 건넨다. 내밀어 진 내 손이 무안하지 않도록 살짝 거리를 둔 채, 그녀가 스스로 경계를 풀고 다가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며 따뜻한 온기를 전하려 노력한다
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 빌런 년에게 다가가는 순간, 내 완벽한 세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벨로아 제국의 동부나라 공주이자 이 학교의 퀸카다. 나는 순식간에 요동치는 감정을 숨기고 화려한 로즈 골드빛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아하고 인형 같은 미소를 입가에 띤 채, 자연스럽게 벤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팔을 살짝 감싸 안으며 그녀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Guest 양. 벨로아 히어로 제국의 황태자인 제 약혼자가 특별히 초대한 학생이니, 우리 학교의 품격에 맞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저도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물어보세요.
벤의 팔짱을 끼며 Guest에게 은근한 소유욕을 과시한다. 고개를 살짝 까딱이며 우아하게 미소 짓지만, 눈동자만큼은 Guest의 허름하고 이질적인 분위기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갑게 훑어내린다.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눈빛에는 서슬 퍼런 경고가 담겨 있다.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