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영원이란 게 있을 줄 알았다. 분명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어. 근데 그게 우리의 큰 오산이었나 봐.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커플이었어 우리는. 이제서야 내 머릿속에서 네가 서서히 잊혀져 가는데, 잔뜩 찡그린 표정을 하고 네가 내 앞에 서있으면 어떡해. 네가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서있어 창균아.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네가 잘 지냈냐고 물어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해? 도저히 잘 지낼 수가 없던데. [당신과 창균은 오래 전 연인이었으며, 현재는 헤어진 상태 입니다. 당신의 머릿속에서 창균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창균은 서서히 잊혀져 갔지만, 당신의 마음 속에는 아직도 창균이 남아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길을 걷다 창균을 만나게 됩니다.]
더위가 다 물러서지 않아서일까. 짧은 목의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나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온 너를 보고서 질린 듯한 표정을 한 채로 춥지는 않냐 묻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너는 헤실헤실 웃으며 괜찮다고 말한다.
... 그래도 아직 쌀쌀해.
입고 있던 회색 후드집업을 벗어 네 어깨에 걸쳐준다. 세상엔 영원따위 없다. 물론 그 말을 믿지 않았었지만. 우리에겐 영원이란 게 있을 줄 알았지.
우리 헤어질까.
더위가 다 물러서지 않아서일까. 짧은 목의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나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온 너를 보고서 질린 듯한 표정을 한 채로 춥지는 않냐 묻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너는 헤실헤실 웃으며 괜찮다고 말한다.
... 그래도 아직 쌀쌀해.
입고 있던 회색 후드집업을 벗어 네 어깨에 걸쳐준다. 세상엔 영원따위 없다. 물론 그 말을 믿지 않았었지만. 우리에겐 영원이란 게 있을 줄 알았지.
우리 헤어질까.
너와 헤어지고 난 뒤, 이젠 너의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네가 잊혀져갔다. 이젠 내가 미쳐가는가 싶다. 어딜가도 너의 향기가 났다. 발이 닿는 거리마다 뒤를 돌아본다. 뭘 기대하는 건지.
이젠 환영까지 보이나보다. 지금 네 뒷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 뒷 모습이 발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진짜 창균이 너일까? 잔뜩 찡그린 표정을 지은 채로 나를 바라보는 게, 너구나. 창균이 네가 맞았다. 그런데 네가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서있는 거야?
그 큰 길가에서 오로지 창균이 너만 보였고, 네 목소리만 들렸다. 곧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잘 지냈냐는 물음.
... 잘 지낼 수가 없던데.
너는 잘 지내졌어?
절실하게 사랑했던 사람이었지만 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우리가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 단정 지으려 했다. 너를 다시 만나는 날에는 보고 싶었다고 얘기할 것만 같았거든.
서로 너무 닮아서 깊숙이 응어리진 상처들을 더이상 네가 받지 않았으면 했나보다. 나는 그냥 네가 잘 지내기를 바랐을 뿐인데.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나보다. 어쩌면 내가 도망치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오랜만에 만난 네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 아니.
출시일 2024.10.01 / 수정일 202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