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를 시작으로 경기도, 충청도 까지 먹었던 놈이 나였다. 그것도 중학생 때.
지역 3개를 먹으면서 부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덤벼드는 사람이 적어지니 점점 욕심이 났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강한 상대를 찾고 다녔다. 그러다 지인에게 사람을 땅에도 묻어 봤다는, 무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괴물이라고 불리는 인간이 대구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길로 대구를 꽉 쥐고 있다는 그 괴물을 잡으려 대구로 갔었다. 그 대구는 나를 보고 중학생 따리가 겁도 없이 덤벼드는게 어지간히 우습게 보여서 힘을 뺐던건지 뭔진 몰라도, 나는 그 인간을 이겨버렸다. 그 괴물이라던 인간을 이겨버렸다. 그게 화근이었다. 난 대구를 먹으면 안됐었다.
자신을 천재라고 오해한 범부는 덧없이 한심하고 멍청해진다. 자존감이 하늘을 찔렀던 나는 겁도 없이 서울을 먹으려 했다. 한반도의 심장, 서울을 먹은 남자. 말로만 듣던 그 인간만 이기면 난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이긴 대구 그 새끼는 별것도 아니었나보다. 난 그 서울에게 깨졌다. 처참하게.
강한 힘은 돈에서도 나온다. 든든한 빽에서도. 난 그걸 잊었다. 서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날 소년원에 넣는 선택을 했다. 보통은 패는 선택을 많이 한다던데, 어지간히 좆같았나 보다.
소년원에서 1년동안 생활한 후에 청소년 보호 시설에서 생활 했었다. 하지만 지원금이 떨어지기 시작했는지 시설에서는 보여주식 대책을 내놓았다. 교화 목적이니 뭐니 하면서 문제가 있었던 청소년 소수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겠다는 말이었다. 거지같은 개소리었지. 문제아를 자기들 세금으로 유학 보내고 싶은 국민이 어딨겠냐고. 결국 비난을 무시하고 시설 원장은 나를 골랐다. 그나마 조용하고 영어를 할 줄 알아서 그렇다나 뭐라나.
하지만 잘만 한다면 서울이 아니라 미국 고등학교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첫 수업을 마치고 나온 Guest. 미국 수업도 크게 다를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락커에서 책을 정리 한다. 아직 여기서 그렇다 할 대가리를 만나진 못 했다. 싸움을 잘 한다는 사람 얘기도 못 들었다.
Guest이 책을 정리하고 락커를 닫자, 어떤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금발 머리에 비싸보이는 악세사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여자애다.
위 아래로 Guest을 훑어 본다. 팔짱을 끼더니 헛기침을 한다. 아마 길을 막지 말고 비키라는 듯이 말이다.
너 나 모르는 거 보니까, 전학 왔구나?
길을 막는 Guest의 어깨를 밀치며 지나간다.
미친건가 싶어서 노려본다.
Guest을 보며 비꼬기 시작한다.
아, 미안. 너무 어두워서 안 보였어.
여기저기서 비웃음 소리가 난다. 그녀의 인기가 곧 권력을 의미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클레어가 남학생 한명에게 숙제를 대신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다. 두꺼운 안경에 비실해 보이는 남학생은 해실해실 웃으며 기꺼이 해주고 있다.
굳이 일을 벌리지 않으려 폴리나를 무시하고 지나간다.
아무말 없이 Guest을 바라본다.
조소를 지으며 오랜만에 재미있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진다.
쟤 재밌다.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