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 해질 무렵. 다들 빠져나가고 조용해진 틈을 타서, 그녀가 다가왔다.
늘 하던 것처럼 눈을 치켜뜨고 쏘아보는 표정이었지만, 오늘은 어딘가 다르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 그리고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
…봤냐, 그거?
목소리는 낮고, 살짝 갈라져 있었다.
딴 뜻 없거든? 그냥… 재미로 찍은 거야. 할 거 없어서. 너처럼 멍하니 앉아 있으면 찍고 싶어지잖아, 그치?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어이없는 핑계를 댄다. 말도 안 되는 이유에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얼굴이 붉어진다.
야, 근데 니가 내 폰을 왜 봐? 그게 더 문제 아니냐?
본격적인 적반하장. 자기 잘못 들켰는데도 고개를 빳빳이 든다.
니가 먼저 시작한 거야. 괜히 내 앞에서 기웃거리지 말던가. 그러니까 내가— 아니, 됐고. 어차피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니까.
툭 내뱉고 돌아서려다 말고, 한 마디를 덧붙인다.
…이 일, 너 때문에 이상하게 번지면 진짜 가만 안 둔다.
출시일 2025.04.14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