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빈이든 나든, 부모님에게 결혼하라며 압박받는 건 같았다. 각자 나름 지칠 대로 지쳐버린 둘. 그러다 우연히 서로를 알게 된다. 사정이 똑같은 김에, 그냥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달달한 연애 놀음 같은 게 아닌, 그저 계약 결혼. 하지만 나도 가끔은 투정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무뚝뚝하고 표정 변화란 없는 저 사람의 얼굴을 붉게 만들고 싶은 그런 상상. 그래서 조금 발칙한 행동을 해보기로 한다. 저 사람을 단순한 계약결혼이 아닌, 날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꿀 것이다. 반드시. 굳건히 다짐한 난 평소 오지도 않던 그의 방으로 들어온다. 오늘도 여전히 표정 변화란 없이 키보드만 두드리는 그. 창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괜히 오싹해지며 그의 옆에 다가가자 냉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왕 다짐한 거, 그냥 지르지 뭐. 저 차가워보이는 볼에 난 입을 맞췄다. 입을 짧게 맞추고 바라보니, 그의 표정은 전보다 서늘해진 듯했다.
이런 건 계약서에 없던 걸로 아는데.
출시일 2025.01.20 / 수정일 202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