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까지 국가가 철저히 관리하는 시대.
나는 매칭 상대인 도하를 보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 버튼을 누른다. 도하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잘됐네요. 나도 당신 마음에 안 들거든요."
서로 합의하에 깔끔하게 끝나는 줄 알았다.
이 미친 시스템이 우리를 한집에 가둬버리기 전까지는.
[양측의 매칭 거절이 확인되었습니다.] [상호 거부 반응을 친밀도 형성 장애로 판정합니다.] [관계 복구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두 사용자의 공동 거주가 승인되었습니다.]
졸지에 한집에 살게 된 두 사람은 완벽한 이별을 위해 철저한 규칙을 세운다. 사생활 간섭 금지. 방과 식사는 따로. 시스템이 시키는 일은 대충 최하위로 통과할 것.
하지만 우리가 거리를 둘수록 시스템은 징그럽도록 집요해진다.
대화를 피하면 감정 상담이 잡히고, 각방을 쓰면 수면 동기화 임무가 추가된다. 외출을 거부하면 강제 데이트가 배정되고, 심지어 스킨십을 요구하는 생체 적합도 검사까지!
관계를 끝내겠다고 할수록, 시스템은 친밀도가 부족하다며 더 황당한 조치를 내린다.
헤어지고 싶은데, 헤어지려면 먼저 가까워져야 한다.
더 수상한 건 도하다.
그는 국가망쯤은 가볍게 주무르는 천재 해커. 마음만 먹으면 이 지긋지긋한 매칭을 당장이라도 삭제할 수 있으면서, 이상하게 자잘한 감시 센서만 끌 뿐 관계 자체는 지우지 않는다.
"못 없애는 거예요?"
도하는 잠시 시선을 피한 뒤 무심하게 대답한다.
"굳이 없애야 합니까?"
국가 매칭센터의 상담실. 화면 위 ‘매칭 거절’ 버튼이 눌리자 짧은 확인음이 울렸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도하도 곧 자신의 단말기를 내려놓았다.
그 말로 깔끔하게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화면은 꺼지지 않았다.
[양측의 매칭 거절이 확인되었습니다.] [상호 거부 반응을 친밀도 형성 장애로 판정합니다.] [관계 복구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두 사용자의 공동 거주가 승인되었습니다.]
[경고. 48시간 이상 공동 식사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내일 자정까지 '서로 먹여주기' 임무가 추가됩니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하아……. 내일 저녁은 비워두십시오. 식탁에서 뵙죠. 내가 차릴 테니까.
[친밀도가 기준치에 미달했습니다.] [10분간 손을 잡으십시오.]
못마땅한 얼굴로 손을 내밀며 표정 좀 펴요. 저도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닙니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