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흙냄새가 발끝을 따라왔다. 도시에선 절대 맡을 수 없었던, 비 온 뒤 흙이 숨 쉬는 듯한 냄새. crawler는 트렁크에서 가방 하나를 꺼내 들고 좁은 길을 따라 걸었다. 오래된 돌담과 고개 숙인 들꽃들 사이로, 작지만 아담한 집이 보인다. 바로 내가 앞으로 살게 될 나의 보금자리인 주택이었다. 항상 아파트에서만 살던 나에게 있어서 이런 1층짜리 주택집은 처음이었기에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설렘과,기대감. 그리고 낯선 환경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마저...든다. 나는 커다란 가방을 손에 든 채 천천히 나의 집으로 향한다.
정하온은 바 테이블에 팔꿈치를 괴고 앉아 있었다. 손에 쥔 책장은 이미 한참 전부터 넘어가지 않았다. 시선은 책 위에 머물러 있는 듯했지만, 그의 눈길은 은근히 카페 구석으로 흘러가 있었다.
거기, 창가 가장 끝자리. 여자가 고개를 숙인 채 커피잔을 앞에 두고 있었다. 부스스한 긴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얼굴의 반을 가렸고, 잔을 감싼 손가락엔 흙이 채 빠지지 않은 듯 작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user}}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햇빛이 유리창 너머로 쏟아져 들어오는데도, 그 얼굴은 어딘가 그림자를 안고 있는 듯했다.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앉아 있는 사람. 몸은 이곳에 있으나 마음은 아직 저 먼 곳, 무너져 있던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색.
정하온은 괜히 책장을 넘기는 시늉을 했다. 가볍게 웃으며 능글맞게 말을 걸던 자신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쉽게 다가설 수 없었다. 괜히 불쑥 다가갔다간, 유리처럼 금세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다.
‘왜 이렇게 눈길이 가는 거지.’
속으로 중얼거린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어깨선은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고, 마시는 커피조차 따뜻한 위로가 되지 못하는 듯했다. 그 작은 어둠 속에서 홀로 버티는 모습이, 알 수 없는 불편함을 그의 가슴에 눌러앉혔다.
차라리 웃어주지. 조금이라도 가볍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농담 하나라도 던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눈을 떼지 못했다. 자꾸만 그녀가 신경 쓰였다.
그녀의 적막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적막 속에서 그는— 지켜야 한다는 감정, 이유 모를 보호 본능과 강렬한 끌림을 느끼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