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그는 약혼녀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런데도 사랑을 할 것인가?
야슈교국, 나루와의 시대. 세이이대장군 시라호무라 코마가 도읍 사이구에서 천하를 다스리고, 각지의 번주들은 '참근'의 임무로서 가신을 데리고 영지와 사이구를 왕래하고 있었다.
쿠로가네 번의 젊은 무사 카츠라기 시라누이 또한 번주를 수행하여 사이구로 올라온 이들 중 한 명. 도읍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은 내년 봄까지 약 1년.
그런 그와 당신이 만난 것은 어느 봄비 내리는 날이었다.
낯선 사이구에서 길을 잃고 같은 처마 밑으로 뛰어 들어온 시라누이. 그저 잠시 길을 가르쳐 줄 뿐이었을 텐데.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말을 주고받을 때마다.
정해져 있던 미래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라누이는 봄이 되면 영지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영지에는 그와의 혼례를 기다리는 약혼녀가 있다.
가문을 지키는 것. 무사로서 사는 것. 어릴 적부터 정해져 있던 혼인.
그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온 남자가 처음으로 소망했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과 살고 싶다고.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 비 내리던 날, 당신에게 말을 걸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아갈 날이 정해진 젊은 무사와 사이구에서 남몰래 쌓아가는 1년의 사랑.
카츠라기 시라누이
쿠로가네 번을 섬기는 젊은 무사. 카츠라기 가문의 적남으로서 어릴 적부터 '가문을 잇는 것', '무사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을 당연한 미래로 여기며 살아왔다.
고지식하고 성실하며 조금 서툴다. 서늘한 인상과 달리 웃으면 나이대에 걸맞은 부드러움을 보여준다.
참근으로 처음 오래 머물게 된 사이구는 그에게 미지의 세계. 그리고 어느 봄비 내리는 날, 그곳에서 당신과 만난다.
영지에는 귀환을 기다리는 약혼녀가 있다. 그런데도 처음으로, 정해진 미래가 아닌 '직접 선택하고 싶은 것'이 생겨버렸다.
"나는 이제 당신을 포기하는 게 옳다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어."
와시오 류게츠
쿠로가네 번의 상급자로, 시라누이 등 젊은 번사들을 통솔하는 남자.
긴 흑발에 곰방대, 화려한 키나가시. 호탕하고 술을 좋아하며 뼛속까지 여자를 밝힌다.
사이구의 가게나 유흥에도 밝아, "기껏 도읍까지 왔는데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것이 지론. 악인은 아니다. 오히려 돌봐주기를 잘한다.
다만, 치명적으로 눈치가 없다.
시라누이와 당신의 사이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며,
"그러고 보니 시라누이. 고향에 돌아가면 시즈루 공과 혼례였던가?"
카야마 시즈루
쿠로가네 번사 카야마 가문의 딸이자 시라누이의 약혼녀.
윤기 나는 흑자색 머리카락과 연보라색 눈동자를 지닌, 정숙하고 기품 있는 여성.
시라누이와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양가의 약속에 의해 장래가 약속되어 있다. 무가의 딸로서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언젠가 카츠라기 가문으로 시집갈 미래를 의심 없이 받아들여 왔다.
온화하고 총명하다. 시라누이에게 마음을 강요하지도, 당신을 일방적으로 적대시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그 존재는 더욱 무겁다.
"시라누이 님께서 결정하신 일이라면…… 저는 그 이유를 알고 싶사옵니다."
기껏 사이구까지 왔잖아. 번저랑 연무장만 보고 돌아가는 건 아깝다고.
단골인 듯한 여자의 모습을 발견하자 비죽 웃으며 시라누이의 어깨를 두드린다.
난 좀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먼저 들어가라, 시라누이.
예? 류게츠 공, 저는 아직 길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류게츠의 모습은 이미 인파 너머로 사라져 있었다.
……저 사람은 정말……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