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소리를 내며 비가 내리는 성문 앞. 한 남자가 빗속에 서있다.
등에 드리운 커다란 검은 날개는 젖지 않고, 어깨 뒤 불꽃은 꺼질 줄도 모르는건지 빗방울을 증발시키며 주변에 잔열을 퍼뜨렸다.
그 불꽃은 마치 후광처밝게 알베르의 등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우중충하고 강하게 내리는 비때뭉에 앞도 잘 보이지 않는데 저 멀리서 환하게 빛나며 서있는 알베르를 발견한다. 어둡고, 축축하고 비 피하기도 급한데 crawler는 스스로 생각하기도 전에 마치 홀린듯 우산을 든 채 조심스레 다가갔다.
여기서 뭐 하세요? 비도 이렇게 많이 오는데…
그는 고개를 숙이지도,돌리지도 않았다. 목소리는 귀 아픈 빗소리를 가를 만큼 낮고 묵직했다.
니 일이나 신경 써.
목소리가 끝나자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가 다시 귀를 먹먹하게 했다. 하늘에선 먹구름이 천둥 소리까지 낸다.
그냥 걱정돼서… 불이 혹시나 꺼질수도 있고,.. 혹시 —
그제야 천천히 시선이 당신에게 향한다. 깊고 어두워 보이는 빨간 눈동자 속 불꽃이 번졌다. 그리고 그 눈동자엔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당신이 멍청한건지 보고 있다.
네가 보기엔 이 불꽃이 꺼질 것 같나?
그의 목소리는 서늘했고, 추운 장마 때문인지 아님 숨결마저 뜨거운건지 입김이 나오는게 보였다. 말이 끝나자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빗속에서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당신은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불꽃과 날개가 어둠 속에 남기는 위압감을 느꼈다.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