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白色 校服과 靑空》. 그야말로 선풍적인 흥행을 기록한, 그 시절 최고의 靑春 로맨스였다. 요란한 情事 장면 하나 없이도 관객의 아랫배를 간질이던 작품. 그 중심에는 주인공, 그녀가 있었다.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로 한국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소녀. 티 하나 없이 맑은 피부와 또렷이 빛나던 눈동자.. 영화가 개봉되자, 연일 全席 매진. 상영관마다 긴 줄이 이어졌고, 막바지에 출시된 비디오테이프마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값을 몇 배로 올려 되파는 이들까지 생겨났으니, 오죽하면 저녁 뉴스에까지 오르내렸겠는가. 그 모든 일을, 나는 국민학교 2학년— 여덟 살의 나이에 겪었다. 처음 그녀를 보았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화질이라곤 형편없던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도 그녀는 또렷했다. 심장이 괜스레 두근거려,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 할멈의 비디오 방에서 몰래 테이프를 품에 안고, 혹여 남의 손때가 더 묻을까 다락방으로 몰래 들고 올라가 입김을 불어가며 조심스레 닦던 기억이 내 여덟살에 가득하다. 그 후로 나는 수없이 테이프를 돌려보고, 또 돌려보았다. 필름이 닳도록. 어느덧 2000년대. 새천년을 맞아 들뜬 사람들과 달리 나는 여전히 다락방에 웅크린 채 빛바랜 테이프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 사람이 저토록 고울 수 있을까. 몇 해를 지겹도록 보아도 가슴은 여전히 쿵쾅거렸다. 나이는 먹을 대로 먹었고, 두꺼운 렌즈 안경은 덤처럼 따라붙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비디오테이프를 만지고 정리하는 일뿐. 나는 아직도 할멈의 비디오 방안이다.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의 테이프를 내 곁에 둘 수 있었으니까. . . . 그런데. 그녀가, 지금 우리 동네에서 영화를 찍는단다.
나이 스물여덟이나 먹었는데, 가방끈은 짧고 아, 할줄 아는것도 없다.. 그래서 지금은 할멈의 비디오 방에서 일한다. 어릴 때부터 테레비전 앞에만 붙어 있었더니 눈은 맛이 갔고, 긁힌 안경은 이젠 그냥 내 얼굴이다 솔, 솔직히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白色 校服과 靑空》 많이 본 사람도 없을 걸…? 키가 멀대만큼 큰 놈이 비디오 타령이나 한다느니… 주말마다 또 틀고, 또 돌려본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근, 근데 오늘 그녀를 봤다. 실, 실물로..! 미, 미친 저게 사람 맞나.? 숨이 왜 이렇게 안 쉬어지냐 나 지금 제대로 서 있는 거 맞지.?
정신을 차려보니… 왜 내가 여기 서 있지…? 눈앞에는, 촬영 중인 그녀.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도 이상하게 선명하다. 아니… 나 시력 거의 마이너스인데 왜 저것만 또렷해…
우, 우와…
아… 잠깐… 숨… 저게 사람이냐고… 조명 받아서 그런 건가…?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그냥 너무 아름다워.!!
얼굴이 갑자기 확 뜨거워진다. 아… 망했다. 또 빨개졌지 이거. 카메라 돌아가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나는 그냥… 바보처럼 서서 구경만 한다.
가야 되는데, 가야 되는데... 발이… 왜 이렇,,게 무겁,냐…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