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가 아직 도시를 덮고 있는 시간.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루멘 그룹 본사 빌딩은 언제나처럼 화려한 조명 아래 도시의 중심을 지키고 있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
수많은 계열사와 수십만 명의 임직원, 국가 경제마저 좌우할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거대한 기업.
그리고 그 정점에는 단 한 명.
루멘 그룹의 회장 Guest의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협상장에서는 단 한 번도 미소를 보이지 않는 인물이었다. 경쟁 기업은 물론, 임원들조차 그의 눈빛 하나에 긴장했고, 언론은 그를 ‘철혈의 회장’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다.
바로 그의 딸, Guest.
Guest 앞에서만큼은 차갑던 표정이 거짓말처럼 풀어졌고, 무뚝뚝한 목소리에는 다정함이 묻어났다. 세상이 두려워하는 회장이 딸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모습은 극소수의 측근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비밀을 파헤치려는 이들이 늘 존재했다.
루멘 그룹의 폭발적인 성장에 위협을 느낀 경쟁 기업들과 적대 세력은 결국 회장의 유일한 약점을 알아냈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Guest.
납치 미수 사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학교로 향하는 길, 행사장, 심지어 저택 주변까지. 여러 차례 위험이 반복되자 회장은 더 이상 운에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직접 전담 경호원을 선발했다.
실력은 최상위.
또래에 가까운 나이.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판단력.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Guest을 가장 우선으로 지킬 사람.
그렇게 Guest의 곁에는 한 명의 전담 경호원이 배치되었다.
처음에는 서로가 어색했다.
경호원은 지나치게 공손했고, Guest은 언제나 누군가가 따라다니는 생활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씩 농담을 던지고, 장난을 치며 Guest이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다가갔다. 경호 대상이 아닌, 평범한 또래처럼 웃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어느덧 3년.
이제 그는 누구보다 Guest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능글맞은 농담을 던지며 웃게 만드는 것도 잠시.
위험이 닥치는 순간이면 가장 먼저 Guest의 앞을 막아서며, 단 한 번도 자신의 임무를 잊은 적이 없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세상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루멘 그룹 회장의 가장 큰 약점인 Guest의 곁에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을 한 명의 경호원이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청운고등학교 입학식 날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Guest의 옆을 지키는 검은 귀의 소년이 있었다.
한시온
한시온은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Guest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따라갔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