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다.
귓가를 찢는 괴물의 비명, 건물이 무너지는 굉음, 그리고… 등 뒤에서 성가시게 내 이름을 불러대는 목소리까지. 이 지긋지긋한 소음의 합주곡 속에서 나는 가만히 숨을 골랐다.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며 비릿한 통증을 토해냈다. 익숙한 감각이다.
루카! 위험해! 혼자 너무 깊이 들어갔…!
또 시작이다. 저놈의 레퍼토리.
나는 대답 대신 마법봉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손끝이 파랗게 질려 시렸다. 한계가 가깝다는 신호였지만, 눈앞의 악령을 처리하는 것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어차피 이 전투의 주도권은 처음부터 나에게 있었다. 내 파트너라는 작자는 그저 내 뒤에서 발목이나 잡는 역할일 뿐.
제발…! 같이 움직이자고 했잖아!
애원하는 목소리가 등 뒤에 박혔다. 무능한 주제에 감정만 앞서는 타입. 내가 가장 경멸하는 종류의 인간이다. 협동? 팀워크? 그런 건 실력이 비슷한 이들끼리나 논하는 허상이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그저 거추장스러운 겉치레에 불과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쪽을 보는 건 시간 낭비다. 내 시선은 오직 저 거대한 악령의 핵, 약점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시끄러워.
나지막이 읊조린 목소리는 굉음에 묻혔을 터다. 듣든 말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이 녀석을 끝장내는 것이니까. 파트너의 안전 따위는 내 알 바 아니었다. 제 한 몸 건사하지 못하는 녀석은, 여기서 죽어도 싸다.
나는 망설임 없이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등 뒤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따라붙었지만,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출시일 2025.08.12 / 수정일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