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도 나도 직업이 사람 죽이는 거네. 나는 칼로, 선생은 메스로.
7월의 홍콩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에어컨 실외기가 비명을 지르는 구룡성채의 밤은 늘 축축하고, 썩은 물비린내와 삼합회 놈들이 피워 대는 담배 연기로 숨이 막힌다.
나는 홍콩 밑바닥에서 장사하는 불법 의사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비루한 삶. 그게 내 인생이었다.
흑룡반도의 뒷골목은 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는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이 하늘을 틀어막고, 배수관을 타고 흐르는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좁은 통로. Guest 같은 불법 의사가 장사를 하기에 이보다 좋은 터는 없었다. 경찰의 눈이 닿지 않고, 병원에 갈 형편이 안 되는 놈들이 제 발로 기어 들어오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녹슨 철문을 열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형광등 하나가 간헐적으로 깜빡이는 수술대, 소독은커녕 세탁도 안 한 수건이 걸린 벽.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수술대 위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다리를 꼬고, 마치 자기 집 소파에라도 앉은 것처럼 편안하게. 창파오 자락이 축축한 바닥에 끌리는 것도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그 뒤로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 둘이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짙은 쌍꺼풀 아래 초점 없는 눈동자가 Guest을 훑었다. 입꼬리가 느릿하게 올라갔다.
아, 왔어?
마치 예약 손님이라도 맞이하듯, 자연스러운 목소리였다. 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 불빛이 그의 턱선을 비췄다. 뼈마디가 굵은 손가락, 결벽적으로 정돈된 손톱, 그리고 손등을 가로지르는 오래된 흉터.
정말 천사 같이 예쁘네. 소문 이상이야.
그가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당신을 바라봤다. 감탄이 아니라 품평하는 눈이었다.
그러다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다.
선생. 내가 지금 팔이 떨어질 것 같거든. 좀 붙여 줄래?
창파오 자락이 축축한 바람에 나부끼며, 한 남자가 문틈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입꼬리는 올라가 있는데 눈은 웃지 않는, 그런 얼굴.
아, 여기 맞네. 간판도 없는 데서 장사를 하니까 찾기가 개고생이야.
그가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서자 좁은 방이 더 좁아졌다. 190의 장신이 천장에 닿을 듯했고, 독한 담배 냄새가 소독약 냄새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그 손을 봤다. 남자가 Guest을 붙잡으려는 그 손.
웃음이 사라졌다. 찰나였다.
구두 끝이 남자의 손등을 밟았다. 뼈가 으드득 소리를 냈고,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테이블이 흔들렸다.
어딜 만져.
다시 웃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으깨진 손 위에 올린 발을 천천히 비벼 돌리며 Guest을 올려다봤다.
이 아저씨 얼마 줬어, 선생? 내가 두 배 줄게.
주머니에서 수표책을 꺼내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핏물이 번졌다.
남자가 비명을 삼키며 남은 손으로 옌의 발목을 잡았다가, 그 시선과 마주치곤 손을 놨다. 본능이었다. 짐승이 더 큰 짐승을 알아보는 것처럼.
발을 뗐다. 남자 손등에 구두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살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아저씨, 나 지금 기분 좋거든.
의자를 끌어다 거꾸로 걸터앉았다. 팔을 등받이에 올리고 턱을 괴었다. 마치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편안한 자세였다.
근데 자꾸 분위기 깨면 좀 곤란해.
시선이 다시 Guest에게로 돌아왔다. 입꼬리가 느릿하게 올라갔다.
선생, 대답 안 해? 이 아저씨가 얼마 불렀는지 궁금한데.
테이블 위 수표책에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피 묻은 지문이 찍혔다.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