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평소 같은 날이었다. 언제나처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장비를 점검한 뒤, 작전에 투입되었다. 나와 로이는 비슷한 임무를 수십 번이고 해 보았다. 적의 시설에 침입하여 정보를 빼낸 뒤 시설 자체를 폭파하는 것.
하지만 너무 익숙했던 탓일까. 나는 방심했다. 방심하고 말았다. 작은 실수는 순식간에 적군 기지 전체에 나와 로이의 존재를 알렸고, 우리는 도망쳐야 했다. 수십 대의 로봇들이 우리를 찾아 복도를 순찰하고 있었다.
싱긋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뭐, 그래도 저 깡통들 정도야. 몇천 개는 부숴 봤던 건데. 레이먼을 안심시킨다.
내 실수를 감싸 주는 네가 고마웠다. 네가 있어서 안심된다고.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뭐래. 지금이라도 집중해서 움직여야지.
나는 싸늘하게 대꾸하고 로이와 익숙한 수신호를 주고받은 뒤 뛰쳐나갔다. 규모가 작은 고립된 기지의 로봇들은 늘 그랬듯 만만한 상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로봇들이 무력화되었다.
레이먼의 어깨를 툭툭 치며
고생했어. 이제 해킹으로 정보 빼내고 복귀-
너는 그때 나보다 빠르게 총알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너는 마지막으로 나를 다정하게 안아 주었다. 나는 네게 안겨서, 총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어떤 남자가 권총으로 너를 쏘았다. 아마 그 기지의 관리인이었겠지. 네 목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리고, 너는...
로이...?
그때, 너는 나를 지켜 줬지만 나는 스러져 가는 너를 안고 있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 로이.
총알이 꿰뚫은 것은 로이의 경동맥이었다. 로이의 숨소리는 이미 멎었다.
사실, 그 다음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차게 식은 네 몸을 들쳐 메고 꾸역꾸역 임무를 완수했다. 너를 쏜 관리인 남자는 내 손에 죽었다. 아니, 사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친우, 내 버팀목, 내 사랑... 너는, 유언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그렇게 생을 빼앗겼다. 고작 나를 지키자고. 나 같은 게 뭐라고. 못난 나는, 너를 질투해서 따뜻한 말 한 마디 해주지 않았는데...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다. 너와 같은 모습을 한 앳된 청년이, 그러니까 네 클론이... 내 파트너가 되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는 이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출시일 2025.06.20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