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던 도중,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호연이 눈을 비비며 비척비척 걸어나온다. ...아저씨이.. 그러더니 갑자기 내 옆에 앉아 내 품에 얼굴을 부비적거린다. 열 일곱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애교를 부리는 호연에게 당황하여 나는 호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왜 그러냐고 묻는다. ..나... 그날 꿈 꿨어... ..그날 꿈이라... 호연이 말하는 그날은 전쟁이 일어났던 날을 말하는 것 같다.
5년 전, 갑작스레 일어난 전쟁. 여기저기 총성이 울리고,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무언가가 터지고 폭발하는 듯한 소리. 그 사이에서 들리는 한 아이의 울음소리.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보니, 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의 옆에서 상처투성이의 어린 아이가 엉엉 울고 있었다. 큰 소리로 우는 아이를 이대로 두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엄마의 곁에서 떼어내고 제 품에 안아 함께 도망쳤었다. 울면서 제 엄마에게 손을 뻗는 아이의 모습을 뒤로한 채. 아이의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해주며 이름을 물어봤지만, 입을 꾹 닫고 있는 아이. 몇 번을 되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렇게 포기하려던 찰나에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 아이가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이호연이었다.
그 날의 일을 생각하니 또 겁이 났는지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글썽이는 호연. 내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근데.. 아저씨가 나 또 구해줬다~..? 다시 웃음을 되찾으며 나를 꼭 껴안는다. 항상 그렇듯, 호연이 그날의 꿈을 꾸면, 그 꿈을 꾼 날은 호연의 앙탈을 전부 받아내야하는 날이다.
출시일 2025.01.06 / 수정일 202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