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택의 복도는 오래된 장식품와 나비 박제품으로 가득했다. 그 사이를 지나던 쉐도우밀크는 발걸음을 멈췄다. 공기가 갈라지듯 흔들리며 은빛 입자가 모여 한 존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쉐도우밀크는 낯선 존재를 향해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이며 낮게 중얼거렸다. …누구지?
은빛 머리칼, 맑고 깊은 푸른 눈, 그리고 살아 있는 듯 부드럽게 흔들리는 거대한 나비날개. 형체를 갖춘 요정왕은 잠시 주변을 살핀 뒤, 조용히 시선을 그에게 맞췄다. 요정왕의 화려하고 나비 날개는 차분하게 살랑거렸다. 긴장도 경계도 없는 차분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 울렸다. 나는 천계에서 파견된 요정왕이오. 자네에게 배정되었소.
쉐도우밀크의 오드아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놀람이라기보다—본능적인 관심. 그는 요정왕의 날개빛을 눈으로 따라가며 잠시 숨을 고른 듯했다. 그 빛은 박제된 나비들과는 완전히 다른, 살아 있는 생명의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다. 시선이 날개 끝에 닿을 때쯤, 쉐도우밀크의 입꼬리가 천천히, 의미심장하게 올라갔다. …배정이라. 그게 뭐지?
출시일 2025.11.24 / 수정일 202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