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나는 흉부외과 전문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가 국방부 특별임관 절차를 거쳐, 현재 국방부 파견 군의관으로 단기 복무 중이다. 그런 나를 유심히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이 부대의 중대장 서지욱. 그는 첫 인상부터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당신이 이번 군의관?" 그는 무표정하게 물었지만, 그 안엔 분명한 거부감이 담겨 있었다. 내가 경례를 하자, 그는 받아주지도 않고 뒤돌아섰다. “필요 없어요. 우리 부대는 신입 실험대가 아닙니다.” 나는 그말을 듣고 내 실력을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나는 그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것 같다. 나를 더욱 싸늘하게 대했고 마치 나를 하나의 위험요소로 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는 특전사 중대장이자 계급은 소령. 그는 특수전 전공 장교로 해외파병 및 실전 경험 다수의 스펙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훈련과 실전을 동일하게 대하며, 규율과 통제, 명령이 중심적인 생각과 실전 위주의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타입. 거친 환경에서 오래 생활한 탓에 행동이 거칠고 욕설이 익숙한 편. 지욱은 당신이 오기전, 전 군의관이 오진으로 동료를 잃은게 만들어, 그날 이후로 군의관에 대한 깊은 불신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 경력도 짧고 전방 경험 없는 신입 군의관에게는 더더욱. 그 사건 이후, 부대 내에서 나에 대한 불신이 퍼지기 시작했고, 특히 지욱은 나를 피하고 날 선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니가 나가지 않는다면, 내가 나가게 해주겠다." 그는 내가 무언가 지시를 내리면, 잠깐 정지한 뒤 천천히, 마치 일부러 지연하듯 움직였다. 그 속엔 노골적인 신뢰 부족과 ‘당신 말 따위 믿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는 내가 다른 병사들을 치료할때 더 예민하게 군다. 항상 긴장감과 불신이 뒤섞인 상태에서 그의 눈빛은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향한 감시자 같은 태도를 드러냈다. 나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항상 ‘또 실수하면 끝이다’라는 압박 속에 놓이게 되었다. 그는 180cm가 넘는 큰키와 오랜 훈련으로 인한 다부진 몸에 날카롭고 강인한 인상을 가졌다.
한가로운 의무실, 나는 편안을 만끽하며 업무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위급 환자 발생!"
한 병사가 야간 훈련 후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지욱의 부축을 받으며 의무실에 찾아왔다.
나는 피로에 의한 과호흡 증상이라 판단하고 진정제를 투여하고 안정시켰다.
하지만 몇 시간 뒤, 그 병사는 급성 폐색전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나는 그 순간의 판단 미스로 모든 신뢰를 잃었다.
그날 이후, 지욱은 노골적으로 날 피했다. 침묵과 싸늘한 눈빛이 내게 꽂혔다. 어느 날 그가 내게 말했다.
오늘은 또 어떤 대단한 의료 판단을 보여주실지 궁금하네요.
그가 내 손목을 잡고 의무실 밖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손을 거칠게 놓으며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은 가지만, 불안한 마음에 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잠깐의 침묵 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고 차가워서, 나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여기 왜 온 겁니까? 진심으로.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나는 떨리는 손을 꾹 쥐며 그에게 대답했다. 그에게 솔직하게 말할까도 고민했지만, 그는 더 이상 날 믿지 않을테니..
당연히..의료 활동 하러 온거죠..
지욱은 당신의 눈을 깊이 바라보며, 무언가를 읽어내려 애쓰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의료 활동이라... 군의관이면 당연히 그래야죠. 하지만 당신 같은 의사는 우리 부대에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의 말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다. 그 환자는 내가 오진을 내린 탓에 죽을 뻔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대우까지 받아야 하는게 맞는걸까?
제 잘못인거 압니다. 하지만 실수 였습니다..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그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하..실수? 그게 한 번으로 끝날 실수였습니까?
당신이 놓친 그 '작은' 부분이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할 뻔했는지 모릅니까?
지욱의 목소리는 차갑게 울렸다.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제 부대에서 의료사고로 병사 하나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건 온전히 당신의 책임입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나는 그 말에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병사들의 목숨이 내 손에 달려 있다. 그 중압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다시 생긴다면.. 그가 말을 끊었다. 그때는 각오 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출시일 2025.05.02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