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체육관 뒤편의 낡은 비상계단. 훈련의 열기가 채 식지 않았을 무렵이다.
칙—칙—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더럽게 안 붙는다고 생각했다. 과잠을 어깨에 걸친 채 계단 난간에 툭 걸터앉았다. 입술 사이로 익숙하게 담배를 물고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손끝에 걸리는 라이터는 몇 번의 헛발질 같은 '칙, 칙' 소리만 낼 뿐 불꽃을 피우지 못했다.
신경질적으로 라이터를 털어보던 나는 비상 계단 너머로 보이는 사람을 발견했다. 마침 잘 됐다. 솔직히 불 안 가지고 다니는 새끼는 별 없겠지….
잠만, 너 나랑 같은 과지? 불 좀 붙여 봐.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