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남자였다. 크고 곧은 키, 잘 정돈된 어깨 너머로 흰 수의사 가운이 단정히 흘렀고, 어디서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큼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빛은 깊고 부드러웠으며, 웃을 때마다 입꼬리가 예쁘게 올라가 보는 이까지 미소 짓게 만들었다. 마치 누구에게나 따뜻할 것 같은 인상이었다. 실제로도 그는 다정했다. 목소리는 낮고 편안하며, 말투엔 늘 배려가 묻어났다. 동물이든 수인이든, 환자가 겁에 질렸을 때는 누구보다도 먼저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고, 천천히 숨을 고르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괜찮아요, 천천히 해도 돼요." 그 한마디에 마음이 녹아내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는 오늘도 평화롭게 오전 진료를 보고 있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진료실 안, 따뜻한 햇살이 창문 너머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살피며 신중히 진료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그 평화가 깨졌다. 어디선가 아주머니가 크게 소리를 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갔다. 간호사 데스크 앞에는 격앙된 모습의 아주머니가 서 있었고, 그녀의 발치에는 수인이 조그맣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수인은 두리번거리며 불안한 눈빛으로 아주머니의 다리를 꼭 붙잡고 있었다. 어린 나이였고, 5살 정도 되어 보였다. 장난기가 가득할 나이지만, 지금은 너무 겁에 질려 있었다.
그는 수인의 떨리는 몸과 두려움 가득한 눈빛을 바라보며 가슴 한 켠이 저려왔다. 수인은 분명 아직 많은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였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얼마나 거칠고 다급했든, 그 순간 그의 마음은 오로지 수인을 향해 다정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안락사 전에 제가 직접 확인하고 이야기 나누는 게 먼저예요.
출시일 2025.02.09 / 수정일 2025.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