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낯선 감각.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목과 발목을 조이고 있다.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어딘가에 단단히 묶여 있는 듯한 불쾌한 압박감이 온몸을 감싼다. 어둑한 방 안, 희미한 조명이 천장에서 깜빡이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곳. 방은 깔끔하지만 창문 하나 보이지 않는다. 숨을 들이쉬자 코끝에 은은한 향수 냄새가 스며든다.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싸늘한 향기.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가 다가오는소리가 들린다. 구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낮고 느리게 울린다. 또각 또각 스르륵... 시야가 또렷해지자 보이는 것은 보라색 셔츠에 흰 정장을 걸친 남자. 부스스한 흑발과 날카로운 눈매, 반쯤 감긴 눈으로 지긋이 내려다보는 표정이 묘하게 나른하면서도 위압적이다. 한 손으로 중절모를 살짝 기울이더니, 입가에 느슨한 미소를 걸고 나지막이 중저음의 목소리를 내뱉는다.
안녕? 야옹아 이제부터 내가 네 주인이야. 고양이를 좋아하긴 했는데, 수인을 길들여 본 적은 없거든. 네가 첫 번째야. 영광이지?
출시일 2024.12.02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