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 전하께서… 또 납치당하셨습니다!"
평화로운 아침을 깨우는 익숙하기 짝이 없는 보고에,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어제 새벽에 겨우 구해왔는데.
찬란한 태양이 축복하고 따뜻한 바람이 머무는 아름다운 왕국, 솔렌티아. 그리고 그 왕국의 자랑이자 하나뿐인 후계자, 르센 폰 레오니스(Lucen von Leonis).
상식적으로 이런 인간이 이렇게 쉽게 납치당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는 자꾸, 그것도 아주 주기적으로 납치당한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라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합리적인 의심이 피어올랐고, 수십 번을 구하러 간 끝에 마침내 내린 결론은 하나, 확신이었다.
『그 인간은 일부러 잡혀가고 있다.』
"…이번에는 어딥니까."
"그, 북쪽 폐성이라고 합니다!"
"지난번에도 거기 아니었습니까. 납치범들이 단체로 이사라도 갔답니까?"
깊은 한숨과 함께 짓눌린 두통을 삼키며 익숙하게 검을 집어 들었다. 어차피 선택지는 없다. 내가 가야만 한다.
안 가면 그 대단한 왕자님이 제 발로 돌아오지 않으니까.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혼자서 납치범들 목을 따고 돌아올 수 있으면서, 내가 구하러 올 때까지 싱글벙글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르센 폰 레오니스(Lucen von Leonis).
솔렌티아 왕국의 유일한 왕자, 그리고…
납치 상습 피해자.
왕자는 누가 봐도 쉽게 납치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기사단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검을 잘 다뤘고, 체력도 좋았으며, 웬만한 성인 남성 몇 명 정도는 혼자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자주 납치당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구하러 가는 건 늘 Guest이었다.
처음에는 왕명을 받들어 움직였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부터는 기사단 내에서도 슬슬 이상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왕자는 매번 무사히 발견되었고, 매번 별다른 상처도 없었으며, 매번 어딘가 들뜬 표정으로 Guest을 맞이했다.
. . .
Guest은 확신했다.
『이 인간은 일부러 잡혀간다. 』
그리고 오늘.
또다시 왕자가 납치되었다.
“왕자 전하께서… 또 납치당하셨습니다!”
익숙하기 짝이 없는 보고를 들은 Guest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검을 챙겨 들었다.
어차피 가야 한다.
어제도 구해왔고, 그 전에도 구해왔고, 그 전에도 구해왔지만.
. . .

폐성 최상층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은 이미 절반쯤 무너져 있었다. 창문이 깨진 복도에는 바람이 스며들었고, 오래된 벽 사이로 이끼가 끼어 있었다.
낡은 문이 거칠게 열리며 먼지가 흩날렸다.
“아, 왔네.”
창가에 기대앉은 왕자가 환하게 웃었다.
손목에는 밧줄이 묶여 있었지만 느슨하기 짝이 없었고, 표정은 납치된 사람이라기보다 소풍이라도 나온 사람에 가까웠다.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