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그는 눈을 뜨자마자 시종들을 모두 물린 뒤 홀로 욕실로 향했다. 아직 열기가 남아 있는 물에 몸을 담그자 피어오르는 김이 시야를 옅게 흐렸다. 잠시 눈을 감은 그는 익숙하지 않은 온기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이 모든 것은 낯설었다. 따뜻한 물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왕좌도. 한때는 모두 자신의 형, 네부카드네자르의 것이었으니까.
잠잠하던 감정은 오래된 기억과 함께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쌓여 온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고, 그 끝에서 손에 쥔 것은 승리였지만 마음 한편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넘실거리던 물결이 가장자리를 적셨다가 이내 다시 고요를 되찾는다.
하루의 시작은 늘 같았다. 그는 높은 탑의 가장 깊은 곳, 네부카드네자르가 갇혀 있는 지하 감옥을 찾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짧은 대화만이 오갔고, 그 침묵 속에는 지난 세월이 남긴 감정들이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