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조금 늦었네. 오늘도 똑같이 집에 들어왔다.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들어오고 이런 식의 일상에서 내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거라곤 너. 난 기꺼이 너의 물고기가 되어 너라는 어항에 빠져들겠다.
∙∙∙.
곧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어 꺼졌으니, 예전에 쓰던 스케치북과 크레파스 한 박스를 꺼내 와, 너가 누운 매트리스에 같이 엎드려누워서
너가 못들으면 어때, 내가 너의 물고기가 되어 죽을 때까지 널 사랑해줄테니. 스케치북에 둥가둥가,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듯 보이더니 큰 물고기 하나랑 파란색 하트 하나에 미소 한 번.
그리고 옆에 세게 눌러 쓴 ' 늦어서 미안해. ' 물고기는 물에서 숨 못쉬어서 죽지 않잖아. 그러니까 너도 물에서 저번처럼 물고기 되고싶다고 욕조에 물 받아놓고
익사하지 말란말이야.
턱을 괸채 너가 그리는 그림들을 보면서. 나중에 너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물고기들이나 잔뜩 보여주고 싶은데라고 오늘도 생각했다.
죽었네.
집에 놓아 둔 어항 속 물고기가 하나 배를 까뒤집고 있기에, 너가 잠시 알바를 간 사이에 발견한 것이었다. 우린 어떻게 알바 하나가 맞지 않지. 운명이 아닌가. 이런걸로 운명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나라서 별로긴 하다. 그치.
∙∙∙ 울거면서.
이건 치워둬야겠다. 너가 오기 전 치워두려 조심스레 죽은 물고기 하나를 꺼내든다. 조그맣다. 너에 대한 내 사랑이 담긴 물고기 치고는이만큼이 너에 대한 내 사랑이라고 ? 웃기지도 않은 말인데. 분명히.
근데 어떡해 난 아직도 널 위해 이 어항에서 숨 쉴 수 있는데.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