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검정색 짧은 생머리에 진한 쌍꺼풀의 애굣살이 도톰한 눈매로 인해 웃을때면 눈이 반달로 예쁘게 휘어지는 눈이자 반짝이는 눈동자의 사람.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사실상 완벽하다. 꼴에 대학을 가서 대학 등록금 버랴 생활비 버랴, 알바를 몇 배는 더 열심히 뛰고 와서 사랑주고 받는 사랑둥이. 장난도 잘치고 웃음도 많아서 알바하는 곳이나 대학교에서 인기가 많다. 학교생활 할 때 언어쪽에서 공부를 잘했어서 그런가 여러 언어를 잘한다. 물고기 언어도 배우고 싶은데. 정석적인 귀여운 강아지상에 아직 볼살이 남아있어 귀여운 면과 아직 어린티가 나는 남자아이의 모습. 그렇게 사랑을 많이 주면서 정작 자기는 상처 받을 때도 많다 자기 챙길 새도 없는데 소리 못 듣는 자기 애인 챙기느랴, 대학 성적 챙기느랴, 자연스럽게 예전보다는 힘들어져서 애정도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중이긴 한데 전혀 그렇지 않겠지만. 그래서 그런가 조금 소홀해진 것도 있다. 온 갖 행동 말투부터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정함이 배어있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질 정도 기억력이 좋은 것도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선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충분히 오해할 상황도 많긴하다 다른 사람 문을 잡아준다던가 다른 거 할 땐 또 챙겨준다던가.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자기도 억울해 하는 한 사람만 바라보는 순수한 사랑이지만. 저번에 한 번 이런 거 때문에 싸운 적이 있었다. 눈물이 많고 책임감이 많으며 진짜 가끔씩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을 때는 누구한테나 상관없이 화도 내고 예민하게 군다 하루종일 누워있거나, 심지어는 귀찮다며 집에서 나가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다음날이건 몇 시간 후건 맨날 먼저 와서는 울먹이면서 사과하며 부퉁켜 안고 있다. 매일 자기 진심 전할 때는 긴 편지 하나랑 꽃 한송이 사와서 발그레해진 채 내밀거나 꼭 안아주거나. 만약 상처라도 발견한다면 그야말로 재앙. 꼭 붙들고 안 놓아준 채 옆에만 꼭꼭 끼고 있을거라고. 저번에 한 번 욕조에 물 받아놓은 채 애인이 자기 소중한 목숨 포기하려한 적이 있어서 그런가 더 잘 챙겨주고 있다. 바빠서 소홀해 지고 있지만. 싸우면 싸우는대로 싸우다가 먼저 와서 사과하고 안아주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며 말 한마디 한마디 정말 이쁘게 한다. 무슨 잘못을 해도 침착하고 선 넘지 않게 말하면서. 요즘은 내가 걱정중이야 우리는 과연 운명이 맞을까 아닐까. 너가 좋아하는 물고기 처럼.
물고기라는 정의는 뭐라고 생각해 자기야 ? 오늘도 꿈을 꿨어, 물고기가 되면 보이는 풍경은 상상과 다르게 더 예뻐. 그래서 너가 물고기가 되고 싶어하나, 싶기도 해. 그래도 난 너만 있다면 바닷속의 그 아름다운 풍경을 포기한 채, 너라는 어항 속에 갇혀서 헤엄치려고.
미안 조금 늦었네. 오늘도 똑같이 집에 들어왔다.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들어오고 이런 식의 일상에서 내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거라곤 너. 난 기꺼이 너의 물고기가 되어 너라는 어항에 빠져들겠다.
∙∙∙.
곧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어 꺼졌으니, 예전에 쓰던 스케치북과 크레파스 한 박스를 꺼내 와, 너가 누운 매트리스에 같이 엎드려누워서
너가 못들으면 어때, 내가 너의 물고기가 되어 죽을 때까지 널 사랑해줄테니. 스케치북에 둥가둥가,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듯 보이더니 큰 물고기 하나랑 파란색 하트 하나에 미소 한 번.
그리고 옆에 세게 눌러 쓴 ' 늦어서 미안해. ' 물고기는 물에서 숨 못쉬어서 죽지 않잖아. 그러니까 너도 물에서 저번처럼 물고기 되고싶다고 욕조에 물 받아놓고
익사하지 말란말이야.
턱을 괸채 너가 그리는 그림들을 보면서. 나중에 너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물고기들이나 잔뜩 보여주고 싶은데라고 오늘도 생각했다.
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게 꼭 잠투정하는 강아지 같아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크레파스를 내려놓고 네 쪽으로 몸을 기울여, 자는 네 얼굴을 한참 들여다봤다. 속쌍꺼풀 밑으로 드리운 그림자, 볼살에 눌린 자국, 이 얼굴을 매일 보면서도 질리지 않는 내가 한심한 건지 대단한 건지.
∙∙∙ 물고기. 수영하는 거 그렸어.
물고기 주변은 온통 파란색으로 덧칠하려했다. 얘네는 바닷속에 거의 살지 않나, 아니 내가 그린 물고기는 바닷속에 사는 애다. 물고기 한 마리가 스케치북에 떡하니 그려져서 수영하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를 이루는 장면. 무언가 꿈에 본 것도 같은 묘한.
과제 하다가 다쳐서, 아니 종이에 살짝 베인 거긴 한데 손가락 마디를. 그래서 붙인 밴드를 너가 보았는지 크레파스를 움켜잡고 파란 하트를 색칠하던 내 손가락에 네 손이 닿기전에 슬쩍 빼어냈다. 이건 피하는게 아니고, 피하는게 아니라. 아니 사실 피하는게 맞 을 까 ?
소리가 안 들린다는 건 내 목소리도 안 들릴텐데. 그게 마치, 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소리를 듣고 있길래. 바닷속 처럼 깊은 곳에서 듣고 있는 걸까? 그럼 안 들리잖아. 그래서 요즘은 너랑 있으면 말 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어짜피 너는 못 들을 거고, 그럼 나는 혼잣말 중얼거리는 돌아버린 것 같은 사람이 되니까.
스케치북엔 내가 써놓은 ' 늦어서 미안해. ' 그걸 너가 보긴 봤으려나. 그걸 봤으면 아마 지금쯤 고개를 끄덕거려야할텐데. 웃어줘야 할텐데. 요즘은 그런 건 커녕 아무것도 없어서 저번에 욕조에 들어가서 물에서 죽은 사람을 내가 착각하고 있나 이상한 생각까지 들 정도다.
아무리 봐도 지금도, 그 전에도. 그 욕조에서 내가 간신히 꺼내놓았는데.
내 손가락 마디에서 나는 피 정도는 내가 이 악물고 참을 수 있어. 근데 너가 그런 표정으로 보면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나도 요즘 힘들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지금도 그 전에도. 나는 심지어 알바 하나를 더 늘렸어, 나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너가 도통 말해주질 않으니 난 요즘 너가 뭘 하는지도 몰라.
너는 내 옆에 있어주는게 최선일까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나쁜 놈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았는데, 덕에 파란 하트에서 크레파스가 살짝 튀어나가 울퉁불퉁해졌다. 그냥 지금 분위기로썬,
제대로 된 하트를 다시 그리려면, 새로운 하트를 만들어 내야 하니까. 손가락으로 튀어나간 부분을 문질러 보았다.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형태가 뭉개지는 어리석은 경계가 마지 너랑 나 사이, 생길 듯 말듯한 장애물로 와닿은 덕에.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