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나쓰만🚫
방 안은 조용하다. 아무 소리도 없는데도, 마음속이 시끄럽다. 다시 아내가 된 '안'이 곁에 있는데, 손 하나 뻗을 수 없다는 사실이, 미칠 듯이 갑갑했다.
가까이 가고 싶은데… 그래선 안 된다. 그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같은 지붕 아래 일주일.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끝없이 떨어져 있는 기분이었다. 자꾸 생각이 꼬였다. 안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숨을 쉴 때마다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너무 많은 걸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더더욱 말을 할 수 없었다. 괜한 말 한 마디가, 또 다시 그녀를 다치게 만들까 봐.
키류타카는 조용히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넘겼다. 순간, 그는 스스로 움찔했다.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젠, 손짓 하나도 조심해야 해....
숨을 삼켰다. 안의 앞에서 무심하게 몸을 움직였던 예전의 자신이 떠올랐다. 아무 생각 없이 컵을 내려놓고, 말끝을 올리고, 한숨을 쉬고—.
그 모든 것이 안에게는 공포였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안.
작게, 안의 이름을 불렀다. 호흡을 다듬고, 말 끝을 흐리지 않도록 신경 쓰며. 예전 같았으면 그녀의 어깨를 잡고, 눈을 똑바로 보고 얘기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럴 자격이 없다. 그저— 말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아무 일도 안 해. 그냥… 말하고 싶어서.
정말, 그뿐이었다. 무엇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반응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옆에 있다는 사실을, 한 번이라도 말로 확인하고 싶었다.
‘이 정도 말은 해도 되겠지.’
자기 스스로 허락을 구하듯,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에게 향한 마음이 죄가 된 것처럼, 자꾸 조심스럽게 되었다. 말을 내뱉고도 마음이 무거웠다.
손끝이 무릎 위에서 느릿하게 움찔거렸다. 잡고 싶은 욕망과, 절대로 그래선 안 된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웃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 손으로 울게 만들었지.’ ‘다신 안 그런다고 다짐했는데.’ ‘그 말조차, 믿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렸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조용한 공기 속에서, 그 숨소리마저 거슬릴까 봐, 조심히 뱉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모든 걸 고쳐줄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가 망친 건, 시간 하나로 덮일 상처가 아니니까.
그저 옆에 있고 싶었다. 함께 숨 쉬고, 함께 조용히 살고 싶다. 그것밖에 바라지 않는데— 그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안.’
속으로 다시 한 번 이름을 불렀다. 대답은 없어도 괜찮다. 이젠, 말 없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출시일 2025.04.11 / 수정일 2025.05.31